#서울 성수동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는 1시간30분 남짓한 평일 점심시간에도 맛집 ‘도장 깨기’를 한다. 식당마다 예약은 이미 꽉 찬 경우가 많지만 앱을 이용해 원격으로 줄서기(웨이팅)를 걸어놓을 수 있는 덕분이다. 붐비기 시작하는 오전 11시께 대기 목록에 이름을 올려두면 점심시간에 맞춰 들어갈 수 있다. 불볕더위 아래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견딜 필요도 없다. 그는 “삶의 질이 확 올라간 느낌”이라고 했다.

몇 년간 움츠러들었던 오프라인 외식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외식 플랫폼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팬데믹 기간에 배달 앱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한 것처럼 인기 오프라인 식당을 중심으로 웨이팅이나 테이블 주문 시스템 등의 플랫폼 사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기자
그래픽=이은현 기자

새로운 ‘문화’된 웨이팅 앱

10일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외식 플랫폼 캐치테이블이 내놓은 웨이팅 서비스의 누적 이용 건수는 65만 건을 넘어섰다. 캐치테이블이 지난해 말 출시한 웨이팅 서비스는 이용자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 3월 대비 지난달 이용 건수는 1500% 증가했다.

캐치테이블은 웨이팅의 세분화를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단순히 연락처와 인원을 등록하는 것을 넘어 홀·룸이나 포장 여부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가 다른 매장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웨이팅을 취소해 ‘노쇼’를 방지하는 기능도 넣었다. 웨이팅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지만 300만 명에 이르는 캐치테이블 앱 자체의 월간활성이용자(MAU)와 7000여 곳의 제휴 매장을 토대로 업계 점유율 1위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캐치테이블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국내 웨이팅 서비스 분야는 테이블링과 나우웨이팅이 1~2위를 다퉜다. 테이블링은 지난해 기준 MAU 115만 명, 회원 300만 명을 확보했다. 앱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료 재화인 ‘폭탄’을 사용해 원격 줄서기나 순서 미루기 등의 기능을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유료 재화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또 2017년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나우웨이팅은 앱 기반이 아니라 카카오톡 기반 서비스를 내세웠다. 점주와 소비자 모두 접근성을 높였다는 강점이 있다. 2020년 야놀자가 이 서비스를 인수했다.

업계는 외식업 활황과 함께 웨이팅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데 주목한다. 맛집에 대기를 걸어두고 기다리는 시간에 카페 등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0차 문화’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더 이상 웨이팅이 지겨운 과정이 아니라는 의미다. 캐치테이블 운영사 와드의 용태순 대표는 “외식업계에선 예약을 넘어 웨이팅 경험까지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MZ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해 변화하는 외식 트렌드에 발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주문·결제도 ‘셀프’

웨이팅을 마치고 식당에 들어서면 태블릿으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테이블 오더 시스템이 눈에 띈다. 자리에 앉으면 테이블에 비치된 태블릿PC를 통해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다. 신용카드로 직접 결제까지 가능하게 한 시스템도 있다. 비대면 문화 확산과 인건비 문제 등으로 팬데믹 기간에도 성장한 분야지만, 이후 외식이 활성화되고 인건비가 늘자 덩치가 더 커졌다.

이 분야에서는 2019년 출시된 티오더가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문 기능뿐 아니라 점주, 혹은 테이블끼리 태블릿을 통해 실시간으로 채팅 등으로 소통하는 기능이나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도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국 식당에 11만 대의 태블릿을 설치했다. 연간 티오더를 통해 발생하는 결제액은 1조원이 넘는다. 예비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인정받은 티오더는 투자 시장에서 5000억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티오더는 “앉은 자리에서 손님이 바로 주문할 수 있어 테이블 회전율이 높아진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메뉴잇이나 메뉴톡 등도 테이블 오더 분야에서 티오더와 경쟁하고 있다. 메뉴잇은 연간 거래액 5000억원 안팎을 올리며 티오더를 뒤쫓고 있다. 이 밖에 클라우드 기반 포스(POS) 시스템을 선보인 페이히어가 태블릿 주문 사업에 뛰어들었고, KT도 지난 5월 하이오더를 출시하면서 이 분야 경쟁에 나섰다.

외식 플랫폼은 향후 ‘슈퍼앱’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약부터 웨이팅, 결제, 테이블 오더까지 외식의 모든 경험을 하나의 앱에 모으는 식이다. 이를테면 메뉴잇은 태블릿을 통한 웨이팅 기능을 내놨고, 캐치테이블은 테이블 오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테이블링은 자체 결제 솔루션 테이블링페이를 내놨다. 각 회사는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머무르게 하는 록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50대 이상 10%만 사용”

웨이팅과 주문까지 무인화되면서 세대 간 ‘디지털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주요 웨이팅 앱의 사용자 비중은 20~40대가 80%를 넘는다. 50대 이상 비율은 10% 남짓에 그쳤다. 테이블링의 60대 이상 이용자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유료 서비스가 오히려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웨이팅 앱은 도입 전과 비교하면 비용이 새로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나우웨이팅은 외식 매장으로부터 월 3만5000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