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수십명, 고객 문서 위조해 증권계좌 개설 혐의
시중은행 전환 앞둔 대구은행 인·허가에 영향 불가피
금감원 "대구은행 위법행위 엄정 조치…늑장보고 책임 물을것"
'고객 몰래 1천여건 계좌개설'…금감원, 대구은행 긴급 검사(종합2보)
최근 은행 직원들의 거액 횡령과 부정행위로 사회적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대구은행에서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천여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직원들의 비리 정도가 심각할 경우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앞둔 대구은행의 인허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과 대구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는 혐의를 인지하고 지난 9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구은행 관련 사건을 지난 8일 인지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위법 및 부당 행위가 드러나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면서 "대구은행이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하게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본 뒤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대구은행 일부 지점 직원 수십명은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1천여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직원들은 내점한 고객을 상대로 증권사 연계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뒤 해당 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고객의 동의 없이 다른 증권사의 계좌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고객 명의로 다른 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만든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 개설 안내 문자(SMS)를 차단하거나 휴대전화 번호 앞자리를 '016' 등으로 적어 안내 문자를 받지 못하게 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근 한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계좌가 개설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대구은행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직원들의 비리가 드러나게 됐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말 문제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지난달 대구은행 영업점들에 공문을 보내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고 안내하는 데 그쳤다.

고객 동의 없이 기존 전자문서 결재 건을 복사, 별도의 자필을 받지 않고 계좌를 신규 개설하는 것은 불건전 영업행위이므로 실명을 확인한 뒤 전자문서로 직접 고객 자필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구은행 영업점에서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동의 없이 여타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건"이라고 전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면 문제 되는 직원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객 몰래 1천여건 계좌개설'…금감원, 대구은행 긴급 검사(종합2보)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가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기관은 고객 실명임을 확인한 후에만 금융 거래를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경남은행 562억원 횡령에 이어 대구은행 계좌 불법개설까지 은행권 핵심 업무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엄중한 처벌을 예고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하나금융그룹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은행권 일탈 관련) 비위 당사자 본인 책임은 물론, 관리를 제대로 못한 사람, 당국의 보고가 지연된 부분 등에 대해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감독당국이 은행권 관리감독에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허위 보고 사항을 놓쳤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반성이 있다"며 "당국 내부의 시스템도 점검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담당했던 경남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에 이어 증권업무 대행을 맡은 KB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사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 등 은행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주 모든 금융권의 PF 대출의 자금 관리를 점검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들의 자체 내부 통제 강화를 지도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 횡령 사건을 계기로 그해 11월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통해 장기 근무자에 대한 인사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명령 휴가 대상자에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 동일 직무 2년 이상 근무자도 포함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경남은행 직원에 이어 대구은행에서도 금감원의 지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은행 등 금융사들에 순환근무와 명령 휴가제 등 내부통제 혁신 방안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또한, 시재금 관리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사전·사후 통제 강화, 고객 문서 위변조 점검 등도 함께 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