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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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라는 경제 용어가 있다. 경기 불황기에 립스틱 같은 저가 화장품 매출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가 돈을 최대한 아끼면서 심리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경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향수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자기만족 소비 중 하나인 향수 구매 방식을 보면 소비자가 경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본인의 지갑 사정을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고 9일(현지시간) 미국 CNN이 전했다.

소비자 행동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경제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임의 소비재의 구매 패턴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는 더 저렴한 대안으로 바꾸거나, 상품을 구매 횟수를 줄이거나, 일부 상품 구매를 완전히 중단한다. 그런데 향수 중에서도 최근 저렴한 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어 위축된 경기 추세를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아마존 등 여러 카테고리의 온라인 제품 검색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패턴(Pattern)에 따르면 올들어 가격이 저렴한 롤러볼 향수(바르는 형태) 수요가 지난해보다 207% 증가했고, 향수 샘플은 183%, 바디 미스트는 30% 증가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라도 경기 침체기에 기분을 좋게 해주는 고급 초콜릿, 향수, 비싼 화장품과 같은 고가의 제품 구매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앞서 말한 작은 사치품을 소비하는 립스틱 효과다.

댈린 해치 패턴의 데이터 분석가는 “향수가 립스틱 효과와 비슷하게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시기에 쇼핑객들이 선택하는 새로운 명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새로운 립스틱 지표”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시르카나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니 향수가 가장 선호하는 용량으로 급부상했다. 유통업체 판매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니 향수 비중이 지난해 35%에서 올 들어 38%로 늘었다.

잭클린 웬스커스 시르카나의 향수 분석가는 “1온스(28g) 이하 크기 향수가 전체 시장에서 3배에 달하는 속도로 팔리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와 속도는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1온스 이하의 향수 가격은 큰 사이즈의 3분의 1 정도로 매우 저렴한데, 이는 지출에 신중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가꾸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에도 기분 전환을 위한 소비는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프레스티지(고가) 화장품과 저렴이 화장품, 스킨케어, 헤어케어의 매출이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고 밝혔다. 프레스티지 부문은 올해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15% 늘어난 14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대중 뷰티 시장은 9% 증가한 280억달러를 기록했다.

라리사 젠슨 시르카나 뷰티 산업 고문은 “뷰티업계는 신제품과 기존 제품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소비력이 계속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