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인멸 시도해 수사에 지장"…영장기각에 반발
새마을금고회장 억대 뒷돈 수수 정황…영장 재청구 방침
박차훈(66)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펀드 출자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과정에서 수수한 뒷돈이 1억원을 넘는 것으로 검찰이 파악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먼저 금품을 요구한 데다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도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박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전날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 신현일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된다"면서도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팀은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이고 지속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해 수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점까지 확인됐는데도 증거인멸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새마을금고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자산운용사 아이스텀파트너스 측이 박 회장에게 1억원 넘는 뒷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유영석 전 아이스텀파트너스 대표가 류혁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를 통해 박 회장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아이스텀파트너스는 류 대표가 2020년 새마을금고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대표를 맡은 아이스텀자산운용의 계열사다.

검찰은 박 회장이 이들에게 금품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여기에 수사가 시작되자 관련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해 전날 영장심사에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는 수사 과정에서 기존 진술을 뒤집어 박 회장의 금품수수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은 박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류 대표의) 자수 진술 또는 기존 진술의 번복 시점과 그 동기 등에 비춰 피의자에게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류 대표는 펀드 출자와 PF 대출 과정에서 아이스텀스파트너스에 특혜를 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 등)로 지난달 유 전 대표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류 대표 등의 진술을 뒷받침할 물증을 보강해 박 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피의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수수한 새마을금고 직원도 구속기소돼 최근 실형이 선고된 것과 균형도 맞지 않다"고 했다.

약 3천900만원을 받고 특정 고객에게 대출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중랑서부 새마을금고 전무 박모(51)씨는 지난달 20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