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일상의 문제로…대체육·비건메뉴도 문턱 낮춰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었다면?" 극한기후에 채식 관심↑
전북 전주시에 사는 점모(51)씨는 2021년 여름부터 채식을 지향하고 있다.

매체 등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접하고 환경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면서다.

점씨는 "겨울 같지 않게 따뜻한 겨울이나 견디기 힘든 여름의 폭염이 매우 걱정스럽고 불안하다"며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패션프루트 같은 열대 과일이 재배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육류 소비를 줄여 사육되는 가축이 뿜어내는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주장은 기후변화 연구의 역사만큼 오래된 얘기다.

그러나 올여름 녹아내릴 듯한 무더위와 무섭게 쏟아지는 폭우를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는 분위기다.

대체육을 활용한 제품이 다양해지고 패스트푸드점이나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건 메뉴가 속속 등장하는 점도 채식의 문턱을 낮추는 데 한몫하고 있다.

지난 6월 신세계푸드가 20∼30대 1천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 67.8%가 대체육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체육을 소비해야 하는 이유(중복응답)로는 71%가 '환경 보전'을 꼽았다.

"1명의 완전한 비건보다 10명의 불완전한 채식인이 낫다.

" 이같은 '채식 명언'을 공유하며 하루 한끼, 한 주에 하루라도 채식해 비건을 '지향'하자고 독려하는 SNS 이용자들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대학원생 박모(26)씨는 2019년 개 식용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채식을 시작했지만 환경 문제 역시 식습관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었다면?" 극한기후에 채식 관심↑
박씨는 "채식이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며 "느슨하더라도 지속 가능하게 오래 채식을 지향하려고 한다.

선택지가 없어서 고기를 먹을 때도 있지만 소·돼지·닭고기 등은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육류를 먹지 않고 어류 섭취 등은 허용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백모(38)씨는 "올해 여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우울감이 느껴진다"며 "채식 등을 통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작은 일 같지만 많은 이들이 동참한다면 큰 변화가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일상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이 됐다"며 "비건은 개인이 실천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유시윤 환경운동연합 미디어소통팀 활동가는 "가축을 사육할 때 사료부터 도축·가공·운송·저장까지 모든 단계에서 환경이 훼손된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나왔듯 동물성 단백질보다 식물성 원료가 훨씬 기후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유 활동가는 "개인의 채식이 기후 위기를 막는데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 개인이 다수가 된다면 효과가 늘어나는 건 분명하다"며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등한시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