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등 서방과 관계개선 위해 친러색채 희석한 균형외교 모양새
'러시아편'으로 보였던 中, 우크라 주도 평화회의에 적극, 왜?
작년까지만해도 '말로만 중립, 실제론 러시아편'으로 간주됐던 중국이 우크라이나 주도의 평화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약 40개국의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모인 가운데 전날부터 이틀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평화회의에 중국 대표로 리후이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가 참석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의 취재에 응한 EU 관계자는 리 특별대표가 회의에 활발하게 참여했고, 6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의 1차, 이번 제다에서의 2차 회의에 이어 이번과 같은 급의 인사들이 참석하는 3차 회의 개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은 코펜하겐에서 열린 1차 회의 때는 참가하지 않았고, 이번 2차 회의에 리 특별대표를 파견했다.

주러대사를 지낸 리 특별대표는 중국의 우크라이나전쟁 중재 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5월 우크라이나, 폴란드, 프랑스, 독일, 벨기에(유럽연합 본부), 러시아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각국 외무장관 또는 고위 관리와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협상 개시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제다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완전성 및 국가주권 존중 등을 포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장해온 평화협상 기본 원칙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미국과 EU가 참석하고 러시아가 불참한 데서 보듯 정전협상에 앞선 우크라이나 측의 동조세 확산 노력 일환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각국 정상으로 참석 대상의 격을 높여 '평화 정상회의'를 가을에 개최하는 방안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회의에 중국이 참석해 후속 협상을 적극 지지한 것이 괄목할만한 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만큼 중국이 그동안 '친러'로 각인돼 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약 20일 전 개최한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상한 없는 관계'를 다짐했고, 개전 이후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대러시아 규탄과 제재 동참을 거부하고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중러간 교역량을 늘리면서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친러'로 구분됐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구성하는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 전쟁 계기에 모처럼 의기투합한 상황에서 '중국=러시아편'이라는 인식의 확산은 중국의 대서방, 특히 대유럽 관계 개선 노력에 장애요인이 되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기력이 떨어진 경제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미국, 유럽과의 갈등을 완화해가며 안정적 대외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우크라이나가 주도하는 다자회의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전쟁의 장기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자국의 친러 색채를 희석함으로써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장애물을 치우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연내 중러 정상회담을 비롯한 자기 진영 강화로 연결되는 정상외교 일정을 앞두고 '중국은 역시 러시아편'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균형 맞추기' 측면을 의식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요 대외 이니셔티브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을 연내 국내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그 계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편'으로 보였던 中, 우크라 주도 평화회의에 적극, 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