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서울 대림동 직접 조사
빗물받이 10곳 중 5곳만 제 기능
흙과 오물, 불법 덮개로 막힘 사례가 많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장마에도 빈번한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여전히 막혀 있는 빗물받이가 많기 때문이다.

빗물받이는 빗물을 하수구로 보내주는 설비로, 막히면 배수 기능이 떨어져 침수를 유발하므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장마가 끝난 지금, 빗물받이는 잘 관리되고 있을까.

빗물받이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자 침수 피해가 잦은 곳 중 인천 미추홀구의 주안동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두 곳을 기자가 직접 방문해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담배꽁초와 불법 덮개 등으로 물길이 막히는 등 관리가 엉망이었다.

태풍과 국지성 호우가 닥치면 언제든 침수될 수밖에 없어 정비가 시급해 보였다.

[인턴액티브] "내년 장마에 또 침수될라" 부서지고, 막힌 빗물받이
◇"이게 우리 집 앞 빗물받이? 이렇게 심할 줄은…"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일부 빗물받이를 취재한 결과 절반가량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인한 빗물받이 67개 중 34개(51%)가 막혀 있는 상태였다.

흙이나 오물로 막힌 사례가 17개(25%)로 가장 많았고, 불법 덮개는 15개(22%), 담배꽁초는 2개(3%)로 나타났다.

조사 기준은 ▲담배꽁초가 30개비 이상인 경우 ▲불법 덮개로 전부 또는 일부가 막힌 경우 ▲흙과 오물로 30% 이상 막힌 경우로 나눴다.

담배꽁초·오물 등을 막을 수 있는 거름통이 있는 빗물받이는 32개(48%)였고, 이 중 6개는 일부가 파손된 상태였다.

거름통에 오물이 다량 쌓여있는 등 관리가 되지 않는 빗물받이의 모습도 확인됐다.

기자는 유동 인구가 많고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주안동 신기시장 일대(신기시장사거리~인하로221번길)와 북쪽 이면도로를 조사 장소로 선택했다.

이곳 총연장 1.8㎞에 있는 모든 개방형 빗물받이의 현황을 파악했다.

주안동은 미추홀구에서 침수가 빈번히 발생하는 지역 중 하나다.

환경부에 따르면 주안동은 최대 2m까지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주안동에서 폭우로 인해 아파트 배수구가 역류하거나 화장실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취재 결과 왕복 4차선의 간선도로인 인하로는 깨끗한 편이었지만 특히 주택가가 밀집한 이면도로에서 막힌 빗물받이가 다수 발견됐다.

반지하 앞에 있는 빗물받이가 화단과 불법 덮개에 완전히 막혀 있기도 했다.

[인턴액티브] "내년 장마에 또 침수될라" 부서지고, 막힌 빗물받이
반지하 앞에 있는 평상에서 만난 박모(63)씨는 "한여름만 되면 (빗물받이에서) 참기 어려운 악취가 올라오곤 한다"며 "반지하에 사는 누군가가 막아둔 것 같다"고 했다.

주안동에 거주하는 김모(26)씨는 "주차할 때마다 종종 보는 빗물받이에 쌓여있는 낙엽과 쓰레기가 항상 그대로"라며 "골목길이고 주차한 차량이 많다 보니 여기까진 관리나 청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미추홀구는 상습 침수지구 면적이 170만2306㎡(30.58%)로 인천에서 가장 넓다.

또한 지역 내 반지하 주택 수는 7천565호로 전체의 43.55%에 이를 정도로 많다.

미추홀구가 침수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인천시 환경미화원 A씨는 "청소를 매일 해도 빗물받이가 워낙 많고 오물이 금방 쌓여 미화원이 홀로 치우기엔 한계가 있다"며 "치수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림동 대림로29길 빗물받이, 10곳 중 3곳은 막혀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에서도 막혀 있는 빗물받이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대림역 6번 출구 인근 대림로29길 일대(총연장 1.4㎞)를 조사한 결과, 101개의 빗물받이 중 31개(31%)가 막혀 있었다.

막힌 이유로는 불법 덮개 18개(18%), 담배꽁초 9개(9%), 흙과 오물 4개(4%) 순이었다.

이곳은 식당·술집 등 업소가 많은 동네였는데, 불법 덮개로 막혀 있는 빗물받이는 식당 앞에 있는 경우가 다수였다.

[인턴액티브] "내년 장마에 또 침수될라" 부서지고, 막힌 빗물받이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38)씨는 "보기에도 흉하고 냄새가 난다는 손님들이 많아 덮개로 막아둘 수밖에 없다"며 "덮개를 빼두면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버려서 그것도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이 일대는 불과 50m 옆에 도림천이 있어 침수 위험이 큰 곳이다.

환경부의 하천 범람 지도에 따르면 최대 5m까지 침수될 수 있다.

또한 대림동은 지난해 서울시에서 두 번째로 많은 침수 신고(2천520건)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올해 강남·서초·관악·동작·금천·구로·용산·성동·광진·노원·마포 11개 자치구에 총 120명의 빗물받이 전담 관리자를 배치하여 내부 퇴적물을 제거하고 불법 덮개를 수거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림동이 있는 영등포는 제외됐다.

또한 빗물받이 무단투기 예방을 위한 '옐로박스' 뚜껑 디자인은 현재 강남·서초·관악구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관계자는 "예산상의 한계와 인력난으로 침수 피해가 크다고 판단된 11개의 자치구에만 전담 관리자가 우선하여 배치됐다"며 "다른 자치구에도 연 2~3회의 빗물받이 청소와 특별순찰반 운영 등을 통해 문제가 없도록 조처하겠다"고 했다.

[인턴액티브] "내년 장마에 또 침수될라" 부서지고, 막힌 빗물받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