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선 의지에 대다수 참가국 잔류 결정…"대한민국 정부 노력하고 있어"
퇴영 결정했던 벨기에도 입장 선회…정부·지자체·기업 "만족할 때까지 노력"
영국·미국·싱가포르 조기 퇴영으로 한때 위기…영국은 서울로 향해
중단 위기 세계 잼버리…'무더기 이탈' 막으며 정상화 국면 전환
일부 참가국의 조기 퇴소 선언으로 파행 국면으로 치달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정부의 총력 대응과 기업의 지원 덕에 안정세로 돌아섰다.

대다수 참가국이 정부의 개선 의지를 지지하며 잔류를 선택했고, 대회 초기부터 지적받은 부실한 운영과 열악한 시설은 지원 물자가 속속 도착하며 나아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각국 대표단이 대회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한 만큼, 야영장이 있는 새만금뿐만 아니라 전국 명소에서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중단 위기 세계 잼버리…'무더기 이탈' 막으며 정상화 국면 전환
◇ 주요 국가 조기 퇴소 결정에 야영장엔 한때 긴장감
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잼버리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천400여명의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를 보낸 영국은 전날 늦은 오후 세계스카우트연맹을 통해 대회 조직위원회에 조기 퇴소를 통보했다.

여기에 1천200여명을 파견한 미국도 조기 퇴소를 결정했다.

규모는 67명으로 많지 않지만,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 역시 퇴영을 선언했다.

미국은 평택 미군기지 내 캠프 험프리스로, 싱가포르는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교육연수원으로 각각 이동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여타 유럽 국가들도 새만금이 아닌 다른 지역에 숙소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이 취재진에 전해졌다.

이들 참가국은 부실한 음식, 비위생적인 편의시설, 가혹한 기후와 해충 피해를 호소하며 퇴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성명을 내고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예정보다 일찍 행사를 종료하고 참가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주요 참가국의 퇴소 소식으로 야영장에는 대회가 조기 중단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나돌았다.

조직위원회가 국가들의 퇴소를 제때 알지 못했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안일한 운영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왔다.

중단 위기 세계 잼버리…'무더기 이탈' 막으며 정상화 국면 전환
◇ 떠나는 영국…다른 참가국은 회의 돌입
이날 오전 취재진이 찾은 야영장에서는 일찍부터 짐을 꾸리는 영국 참가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가국을 홍보하는 '델타구역' 내 영국 부스도 집기류를 치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후 가방을 짊어지고 나란히 줄지어 선 서울행 버스로 향했다.

이들은 앞으로 사흘 동안 차례차례 수도권에 있는 호텔 등 숙박시설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햇볕을 피해 그늘막 아래서 대화를 나누던 로버트(16), 스티븐(16), 버니(16), 조(17)는 "떠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버니는 "덥긴 했지만 물을 많이 마시고 그늘에 있어서 괜찮았다"며 "우리는 여기에 계속 머무르기를 바랐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일부 대원들은 잼버리 야영장에서의 고된 생활을 알리려는 듯 "벌레 때문에 고생했다"며 모기 물린 자국으로 가득한 다리를 내보였다.

퇴영을 통보한 참가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대표단 회의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는 야영장에 계속 남을지, 대회를 계속 진행할지 등을 자율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국의 '무더기 이탈' 사태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회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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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국들 "야영장에 남는다"…정부는 "총력 지원"
대표단 회의를 마친 참가국들은 퇴영 대신 대회가 끝날 때까지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선택했다.

벨기에는 이날 퇴영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의 지원을 믿고 야영장에 남기로 했다.

데일 코베라 스카우트 아시아·태평양지역 의장은 "대한민국 정부와 스카우트 연맹은 음식, 시설, 위생 관리와 같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자연환경을 받아들이고 잼버리가 잘 운영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잔류 이유를 설명했다.

마리나 로스틴 아르헨티나 의장도 "매일 모여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이고 대한민국 정부가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며 여정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부분의 참가국이 야영장에 남겠다고 밝힌 만큼,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총력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정부는 한국의 산업과 문화를 잘 알 수 있는 영외 문화 체험 행사를 긴급 추가해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샤워 시설이나 편의시설 불편 문제에 대해선 "불시에 점검한 결과 처음 지적한 부분보다 상당 부분 개선됐다"며 "시설 청결 유지를 위해 700명 이상의 서비스 인력을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 밖에 '쿨링버스'(냉방버스)를 추가 배치하고 그늘막, 캐노피 등을 설치하는 등 참가자 안전과 야영장 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단 위기 세계 잼버리…'무더기 이탈' 막으며 정상화 국면 전환
◇ 지자체·기업 앞다퉈 지원…종교계도 '합심'
폭염 소식을 전해 들은 경기도와 전남도는 스카우트 대원들을 위한 생수와 얼음을 구해 야영장에 실어 날랐다.

서울시는 대외 협력기금을 활용해 이동식 화장실 50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삼성은 삼성서울병원 의사 5명과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모두 11명의 의료진을 파견하면서 에어컨이 있는 간이화장실과 살수차, 발전기 등을 지원했다.

HD현대는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그룹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와 HD현대1%나눔재단이 함께 120명 규모의 봉사단을 보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이날부터 행사 종료일까지 파리바게뜨 아이스바와 SPC삼립 빵 3만5천개씩을 참가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고, 이마트는 참가자들이 충분히 마실 수 있는 양인 생수 70만병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종교계도 세계 각국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을 위해 힘을 보탰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전북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생수 5만병을 보내기로 했고, 대한불교조계종은 전국 24개 교구 본사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약 147개 사찰 및 종단이 직영하는 한국문화연수원 등에서 잼버리 참가자가 야영이나 숙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와 기업 지원 상황 등을 언급하며 "저희는 아직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참가자들이 완전히 만족할 때까지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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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