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지쳤∼소' 한우 축사의 힘든 여름나기…안보이는 피해 엄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더위 이어지면 사료 섭취량 줄어…하루 0.4㎏ 체중 감소
"이 더위에 송아지가 폐사해야만 피해랍니까.
눈에 안 보이는 폭염 피해도 수두룩하죠."
가마솥더위의 기세가 11일째 이어지는 4일 낮 전남 함평군 학교면 한 한우 축산업자 한모(36) 씨는 힘겹게 눈을 뜬 소들을 바라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폐사 피해가 날까 걱정돼 영양제, 미네랄 등을 배합한 특제 사료를 하루 두 번 배식하고 있지만, 축산농가의 폭염 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들은 분뇨가 뒤섞인 오물에 주저앉는가 하면 서로를 그늘 삼아 무더위와 사투를 벌였다.
그나마 네다리로 몸을 지탱해 간신히 서 있는 소들은 축사 구획을 구분하는 철제 기둥에 몸을 비비는 것으로 힘겨운 여름나기를 이어갔다.
축사 한편에 놓인 온도계가 내부 기온이 34도임을 가리키자 한씨는 "이것이 바로 축산업계의 피해"라고 넋두리했다.
30도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사료 섭취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한우의 특성 탓에 품질이 낮아진다는 하소연이다.
그는 "말만 못 할 뿐이지 소도 사람과 똑같다"며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밥을 먹지 않고 쉬기 바쁘다"고 토로했다.
이어 "물도 마시지 않아 강제로라도 물을 마시게 하고 있다"며 "줄어든 섭취량으로 소들의 체중은 하루에 0.4㎏씩 줄어든다"고 말했다.
전날 밤에는 24.9도에 그쳐 공식적인 열대야 현상이 관측되지 않았지만, 열흘 넘게 이어지는 폭염 특보에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도 늘고 있다고 했다.
축사 4개 동의 선풍기 40대를 24시간 내내 가동하는 전기료, 햇빛 가림막을 설치하는 비용들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축사를 관리하는 한씨와 그의 아버지는 어미 젖을 막 뗀 송아지들의 폐사를 우려, 창고에서 잠을 자며 소들을 돌보고 있다.
삽으로 분뇨를 퍼 나르던 그는 "육우의 품질 저하는 둘째치고 폐사 피해만이라도 막자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한씨는 6년째 350두의 소를 키운 경험으로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나름의 시설도 설치했다.
축사 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바닥 면을 시멘트로 시공하는 대신 철제 판을 깔았고, 이 철제 판에 주저앉은 소들은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까지 폐사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는 무더위가 장기화하면 폐사는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고온으로 인한 스트레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영양제를 공급하곤 있지만, 영양제 자체를 먹지 않는 소의 특성으로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영양제를 나눠줘도 먹지 않으면 손쓸 방법이 없다"며 "지원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축사 규모에 맞는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전남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1만2천116마리의 닭·오리·돼지가 폐사해 1억1천300만원의 피해가 났다.
폐사 피해액은 2018년 26억원(97만마리)을 시작으로 2019년 20억원(37만마리), 2020년 11억원(1만8천마리), 2021년 15억원(6만1천마리), 2022년 9억원(7만5천마리) 등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눈에 안 보이는 폭염 피해도 수두룩하죠."
가마솥더위의 기세가 11일째 이어지는 4일 낮 전남 함평군 학교면 한 한우 축산업자 한모(36) 씨는 힘겹게 눈을 뜬 소들을 바라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폐사 피해가 날까 걱정돼 영양제, 미네랄 등을 배합한 특제 사료를 하루 두 번 배식하고 있지만, 축산농가의 폭염 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들은 분뇨가 뒤섞인 오물에 주저앉는가 하면 서로를 그늘 삼아 무더위와 사투를 벌였다.
그나마 네다리로 몸을 지탱해 간신히 서 있는 소들은 축사 구획을 구분하는 철제 기둥에 몸을 비비는 것으로 힘겨운 여름나기를 이어갔다.
축사 한편에 놓인 온도계가 내부 기온이 34도임을 가리키자 한씨는 "이것이 바로 축산업계의 피해"라고 넋두리했다.
30도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사료 섭취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한우의 특성 탓에 품질이 낮아진다는 하소연이다.
그는 "말만 못 할 뿐이지 소도 사람과 똑같다"며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밥을 먹지 않고 쉬기 바쁘다"고 토로했다.
이어 "물도 마시지 않아 강제로라도 물을 마시게 하고 있다"며 "줄어든 섭취량으로 소들의 체중은 하루에 0.4㎏씩 줄어든다"고 말했다.
전날 밤에는 24.9도에 그쳐 공식적인 열대야 현상이 관측되지 않았지만, 열흘 넘게 이어지는 폭염 특보에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도 늘고 있다고 했다.
축사 4개 동의 선풍기 40대를 24시간 내내 가동하는 전기료, 햇빛 가림막을 설치하는 비용들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축사를 관리하는 한씨와 그의 아버지는 어미 젖을 막 뗀 송아지들의 폐사를 우려, 창고에서 잠을 자며 소들을 돌보고 있다.
삽으로 분뇨를 퍼 나르던 그는 "육우의 품질 저하는 둘째치고 폐사 피해만이라도 막자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한씨는 6년째 350두의 소를 키운 경험으로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나름의 시설도 설치했다.
축사 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바닥 면을 시멘트로 시공하는 대신 철제 판을 깔았고, 이 철제 판에 주저앉은 소들은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까지 폐사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는 무더위가 장기화하면 폐사는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고온으로 인한 스트레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영양제를 공급하곤 있지만, 영양제 자체를 먹지 않는 소의 특성으로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영양제를 나눠줘도 먹지 않으면 손쓸 방법이 없다"며 "지원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축사 규모에 맞는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전남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1만2천116마리의 닭·오리·돼지가 폐사해 1억1천300만원의 피해가 났다.
폐사 피해액은 2018년 26억원(97만마리)을 시작으로 2019년 20억원(37만마리), 2020년 11억원(1만8천마리), 2021년 15억원(6만1천마리), 2022년 9억원(7만5천마리) 등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