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끝내기 내야안타' LG 정주현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아"
4시간30분의 12회말 혈전을 끝낸 건, 정주현(32·LG 트윈스)의 간절함 가득한 주루였다.

정주현은 3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서 연장 12회말 끝내기 내야 안타를 쳤고, 단상에 올라 '히어로 인터뷰'를 했다.

모처럼 LG 팬들이 부르는 '정주현 응원가'를 듣는 감격을 누렸지만, 정주현은 "나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씩 웃었다.

'백업 내야수'인 정주현은 이날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4-4로 맞선 연장 10회말 오스틴 딘이 우전 안타로 출루하자, 최승민이 대주자로 1루에 섰다.

연장 10회에 LG가 득점하지 못해 11회초가 되자, 정주현은 1루수 미트를 끼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경기는 이어졌고, 연장 12회말 2사 2, 3루에서 정주현은 타석에도 섰다.

정주현이 범타로 물러나면 이 경기는 무승부로 끝나는 상황, 그는 키움 잠수함 양현의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타구는 잘 맞지 않은 땅볼이었다.

하지만, 정주현은 1루로 전력 질주했고, 키움 유격수 김주형의 송구보다 먼저 1루에 도착했다.

정주현은 1루 앞에서 몸을 던지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감행했다.

경기 뒤 만난 정주현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세이프'라고 외치면서 달렸다"며 "1루에 몸을 어떻게 던졌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키움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해, 정주현은 LG 동료들과 함께 전광판에 흘러나오는 '느린 장면'을 지켜봤다.

이미 LG 동료들은 '세이프'를 확신하며 '물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도 세이프였고, 정주현은 동료들의 '축하 세리머니'에 흠뻑 젖었다.

정주현의 개인 통산 세 번째 끝내기 안타로 '선두' LG는 7연승 신바람을 냈다.

'12회 끝내기 내야안타' LG 정주현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아"
정주현에게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한때 LG 주전 2루수 경쟁을 펼치던 정주현은 지난해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올해는 백업 내야수로 이날까지 48경기에 출전했다.

정주현은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고, 이렇게 팀에 보탬까지 돼 정말 좋다"며 "지난해에는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올해 백업으로라도 기회를 주신 염경엽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동료들과 비디오 판독을 지켜보는 순간마저 좋았다.

정주현은 "나는 세이프를 확신하지 못했는데 팀 동료들이 '무조건 세이프'라고 말해줬다"며 "동료들이 그렇게 말해줘서 안심했다"고 떠올렸다.

이날 정주현은 김민성의 1루수 미트를 끼고 수비했고, 오지환의 배트로 끝내기 안타를 쳤다.

정주현은 "우리는 이렇게 서로 돕고 있다"고 전했다.

'끝내기 안타'를 치고 주인공이 된 순간에도 정주현은 "나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

이 팀에서 오래 함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세상 어디에서나, 조연은 필요하다.

프로야구에서 훌륭한 조연은 팀을 강하게 만든다.

또한, 어제의 조연이 오늘의 주인공이 되는 일도 스포츠에서는 매우 자주 일어난다.

결국 조연으로 현역 생활을 마치는 선수에게도 '가장 빛났던 순간'이 있다.

정주현은 8월 3일 잠실야구장에서 빛을 내며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