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아르헨 등 남미 30도 훌쩍 넘어
"여긴 지금 겨울인데"…치솟는 수은주, 펄펄 끓는 남반구
남반구는 지금 한겨울인데도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은 현재 겨울을 보내고 있는데도 북반구 못지않은 이상 고온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칠레의 중부 산간 도시 비쿠냐와 치긴토에서는 기온이 38.7도까지 올라갔다.

이는 칠레의 8월 최고 기온 신기록이다.

이들 지역의 평년 기온은 22∼25도다.

칠레 기상학자 크리스토발 토레스는 AFP 통신에 "비쿠냐에서 이러한 기온이 기록된 지 70년 이상 지났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경우 8월 평균 기온이 14도인데, 지난 1일에는 30.1도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 기록을 5도나 넘어서며 역대 가장 높은 기온 기록을 다시 썼다.

아르헨티나 해안 도시 리바다비아의 수은주는 37.2도까지 올라갔다.

파라과이도 이번 주 초 37도의 이례적인 고온을 기록했다.

안데스산맥의 고지대에서도 지난 1일 38도가 넘는 극단적인 기온이 관측됐다.

모두 웬만한 북반구 여름 기온과 맞먹는다.

문제는 현재 남반구는 겨울이라는 것이다.

보통 남반구의 8월은 북반구의 2월 기온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긴 지금 겨울인데"…치솟는 수은주, 펄펄 끓는 남반구
남미의 이상 기온 현상은 지난달부터 조짐을 보였다.

브라질 일부 지역은 지난달 중순부터 30도 이상의 고온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도 7월 최고 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

호주, 아프리카, 섬 지역에서도 겨울 이상 고온이 관찰되고 있다.

WP는 남미에서는 파라과이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강력한 고기압이 '열돔'을 형성해 남반구의 한겨울 폭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학자인 마이사 로하스 칠레 환경부 장관은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은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현상이 결합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고기압이 계속되면서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남미의 겨울 고온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수일 내로 평년 기온을 회복하더라도, 이러한 폭염의 빈도는 더 잦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식수원인 산 위의 눈과 극지방의 빙하가 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칠레 산티아고대 기후학자 라울 코르데로는 "겨울 폭염은 빙하와 눈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