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이후 전국지표조사서 70대 이상 민주당 지지, 2주 전에 비해 6%p 하락 결과 나와
'초비상' 민주, 노인회 이틀째 사과 방문 '노인지원' 입법 약속…김은경도 뒤늦게 찾아
'반사 이익' 기대하는 與, 경로당 찾아 냉방비 지원 '깜짝 발표'…"패륜 정당" 여론전도
'김은경 설화'에 노년층 표심놓고 與 '구애' 野 '怒氣 달래기'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남은 수명에 비례한 투표권 행사가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노인 폄하 논란 발언을 계기로 노년층 표심을 놓고 여야가 상반된 분위기다.

노인들의 노기(怒氣·성난 기색)에 놀란 민주당은 노년층 달래기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여론전을 펼치며 노년층을 향한 구애에 진력하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까지 아직 8개월이 남았지만 1천만명에 달하는 노인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여야 간 신경전이 벌써 가열되는 모양새다.

'김은경 설화'에 노년층 표심놓고 與 '구애' 野 '怒氣 달래기'
민주당은 그야말로 '초비상' 분위기다.

이미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설화 사태 직후 70세 이상 연령층의 민주당 지지도가 급락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8.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70세 이상 연령층의 민주당 지지도는 2주 전 17%에서 6%p 하락한 11%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 23%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당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2004년 정동영 대선후보의 '노인 비하' 발언 트라우마가 떠오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도부는 '후폭풍'을 최소화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즉각적인 사과가 이뤄지지 않자 지도부가 전날 대한노인회를 찾아 '대리 사과'한 데 이어 이날도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재차 노인회를 방문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가끔 막말로 뜻하지 않게 상처를 주는 발언이 나와서 저희로서도 당황스럽고 안타깝기도 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은경 혁신위원장도 발언 나흘만에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하는 한편, 대한노인회를 직접 찾아 머리를 숙였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노년층 지원을 위한 각종 법안과 정책 추진 계획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노인 단체들이 줄곧 요구해 온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확대안'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의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임플란트나 인공눈물 문제들은 저희가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풀어내도록 하겠다"며 "관련 법안을 당 대표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은경 설화'에 노년층 표심놓고 與 '구애' 野 '怒氣 달래기'
공교롭게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경로당을 찾아 노년층 구애에 나섰다.

지도부는 이날 서울의 한 경로당을 방문해 냉방비 특별지원을 '깜짝' 발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의 한 경로당을 찾았다.

윤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근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는 전국 경로당 6만8천여곳에 냉방비 10만원씩을 특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내년도 예산에 노인 관련 지원책을 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가 경제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고는 하지만, 어르신들이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촘촘히 챙기는 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어르신들을 비롯해 사회복지 분야에 사각지대 생기지 않게 관심을 더 가지겠다"고 강조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페이스북에서 "어르신들의 안부도 여쭙고 경로당 이용에 불편함은 없는지 살피러 왔다"며 지역 경로당 방문과 배식 봉사 활동 계획을 알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일정이 민주당의 '노인 폄하 논란'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날 경로당 방문 일정에서도 지도부는 일절 민주당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행사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국민의힘=노인 공경', '민주당=노인 폄하'라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당 저변에서는 읽힌다.

실제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패륜 정당'이라고 비난하는 등 이번 논란에 따른 반사 이익을 챙기기 위한 여론전도 병행하는 모습이다.

오전 최고위원 회의가 열린 당 대표실엔 '민주당의 혁신=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문구의 뒷걸개가 걸렸고, 회의에서도 "민주당은 노인 폄하 발언을 반복하는 치유할 수 없는 습관이 있는 정당이 아닌지 묻게 된다"(윤재옥 원내대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노인 세대를 폄하하는 패륜"(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