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인접 우크라 항구들 연일 피습…우회 수출로 활성화
러 잇단 공습에 곡물가 우려…"나토 코앞 항만공격에 4만t 피해"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루마니아에 인접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까지 공습하면서 국제 곡물가 상승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오데사 등 흑해 연안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항들을 연일 공습해온 러시아가 공격 표적을 확대하면서 세계 주요 곡물 공급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2일(현지시간) 루마니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의 다뉴브강 항구 도시 이즈마일을 수십 대의 드론(무인기)으로 공격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러시아의 이즈마일 공습으로 중국과 이스라엘뿐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로 향하던 곡물 약 4만t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세계적인 재앙을 위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면서 "그들은 광기 속에서 세계 식량 시장 붕괴, 곡물가 위기, 공급 차질을 원한다"고 비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의 이즈마일 공습으로 항만 터미널과 해운사 시설 등이 파괴되고, 우크라이나 곡물을 싣기 위해 항구로 들어오려던 국제 화물선들이 입항하지 못하고 근처 해역에 정박해야 했다.

화물선 중 상당수는 러시아의 해당 해역 봉쇄 발표에도 불구하고 항구로 들어오려던 선박들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 이즈마일 피습 이후 공급 차질이 예상되면서 미국 시카고 거래소의 밀 가격은 5% 가까이 상승했다.

러 잇단 공습에 곡물가 우려…"나토 코앞 항만공격에 4만t 피해"
이즈마일은 다뉴브강을 경계로 루마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서남단 항구 도시다.

이즈마일을 포함한 다뉴브강 항구들은 지난달 중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시 곡물수출을 가능케 한 '흑해곡물협정'에서 탈퇴한 후 대체 수출 창구로 활용돼 왔다.

이곳 항구들에서 우크라이나 곡물이 바지선이나 열차로 루마니아의 흑해 항구 콘스탄차로 이송돼 외국으로 수출됐다.

일부 화물선은 직접 우크라이나의 다뉴브강 항구들로 들어와 곡물을 싣기도 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4일에도 루마니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의 다뉴브강 항구 도시 레니의 항만을 공격한 바 있다.

레니는 이즈마일과 약 40㎞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파기 이후 9일 동안의 공격에서 26개 항구 시설과 5척의 민간 선박, 18만t의 곡물 저장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 목표가 국제 해운사와 보험사로 하여금 우크라이나 항구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각인시켜 흑해 항로를 완전히 봉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이즈마일 항만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 용병과 군사 화물, 함정 수리 시설 등이 공격 대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AFP 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항구 공습 강화로 이웃 루마니아의 흑해 항구 콘스탄차가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 확대 준비에 나서 곡물 저장고와 사일로 등을 증설하고 있다고 전했다.

콘스탄차는 이미 올해 상반기에 750만t의 우크라이나 곡물을 선적했는데 이는 지난 한 해 전체 선적량(870만t)에 거의 육박하는 규모다.

우크라이나 곡물은 다뉴브강 항구 도시 레니와 이즈마일 등에서 열차와 바지선에 실려 콘스탄차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 잇단 공습에 곡물가 우려…"나토 코앞 항만공격에 4만t 피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