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찜통더위 속 배출요일 안 지킨 쓰레기봉투에 주택가 몸살
대학가 일반쓰레기봉투엔 먹다남은 음식도…악취·벌레 불쾌감
폭염에 막 버린 쓰레기봉투…집에선 냄새나고 밖에선 안나나요
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충신동의 한 주택가에서 60대 주민 정모씨가 20L짜리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집 밖으로 나왔다.

충신동의 쓰레기 배출 시간은 화·목·일요일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배출 요일이 아닌데도 쓰레기를 들고나온 것이다.

기자가 다가가 쓰레기 배출 요일과 시간이 언제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안다"고 했다.

그런데도 쓰레기를 버리는 이유를 물으니 "여름에는 집 안에 쓰레기를 두기도 찝찝하고 초파리도 계속 꼬이고 냄새도 나지 않느냐"고 말끝을 흐렸다.

정씨는 "원래는 최대한 시간과 요일을 지켜서 쓰레기를 버리려 하는데 오늘은 집 청소도 할 겸 해서 지금 버리게 됐다"고 한 뒤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정씨뿐만이 아니었다.

동네 곳곳에는 주민들이 집과 상가 앞에 내다 놓은 쓰레기봉투가 쉽게 눈에 띄었다.

음식물쓰레기 봉투도 길가 여기저기서 보였다.

한 편의점 앞에 놓여있던 음식물쓰레기 봉투 5개 중 2개엔 구멍이 뚫려 있었고 먹다 남은 김치와 라면 면발이 흘러나온 채 악취를 풍겼다.

충신동에서 40여년을 살았다는 이모(73)씨는 "여름마다 골목에 악취가 진동하고 초파리 같은 날벌레까지 꼬이니 머리가 아파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시간과 요일을 어기면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주민들을 볼 때마다 주의를 주지만 과태료를 받았다는 주민은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쓰레기장이 설치된 아파트 단지와 달리 주택가는 폐기물을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집 앞·점포 앞이나 정해진 공간에 쓰레기를 배출하면 수거차량이 이를 새벽에 치우는 형태로 쓰레기 수거가 이뤄진다.

하지만 지정된 요일과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정해진 위치가 아닌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는 무단투기가 빈발하다 보니 주택가에서는 쓰레기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낮 최고기온이 연일 33도 안팎으로 오르는 폭염 속에 음식물쓰레기가 길거리에서 부패하면서 악취를 풍겨 그렇지 않아도 높은 불쾌지수를 한층 높이기 일쑤다.

폭염에 막 버린 쓰레기봉투…집에선 냄새나고 밖에선 안나나요
이날 오전 찾은 서대문구 서대문우체국 뒤편 신촌동 일대 주택가도 비슷했다.

화·목·일요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 사이에만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고 다음날 새벽 4∼6시 사이에 수거되지만 주택 앞은 물론 전봇대, 주차장 구석, 공원 등지에 쓰레기봉투가 나뒹굴었다.

대학가 동네라 그런지 배달 음식이나 레토르트 식품 쓰레기가 담긴 쓰레기봉투가 대부분이었다.

반찬이 그대로 담긴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도 여기저기 보였다.

주민 강모(22)씨는 "여름철엔 달걀 껍데기 냄새가 특히 심하다"며 "하필이면 비밀번호 누르는 곳이 쓰레기를 모아두는 데라 냄새가 심할 땐 숨을 참고 비밀번호를 누른다"고 말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민 김재연(68)씨는 "아무래도 젊은 자취생이 많이 사는 동네이다 보니 배달 음식 쓰레기가 많다"며 "먹다 남은 음식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일반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 날이 더우면 초파리나 파리가 들끓는다.

냄새도 지독하다"고 하소연했다.

폭염에 막 버린 쓰레기봉투…집에선 냄새나고 밖에선 안나나요
쓰레기 수거를 관리하는 서울시 관내 구청들은 대부분 단속반과 기동반이 무단투기를 단속하고 치우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넓은 지역을 적은 인력이 담당하다 보니 일일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단속반은 2명씩 4개조가 관내 동을 나눠서 단속하고 있고 기동반은 2명씩 7개조가 현장에서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있다"며 "인력보다 무단 투기가 빈발하는 지역이 많다 보니 처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민의식과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면서 신고포상금제 같은 방안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수거장이나 수거함을 만드는 방법은 땅과 인력이 필요하다 보니 서울에는 맞지 않는 얘기"라며 "주민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도 "도심에서는 거점을 설치할 공간도 부족하고 예산 문제도 있다"며 "주민들이 지정된 장소에 쓰레기를 배출하고 무단투기 시 지자체가 단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한다고는 하지만 주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신고포상금제 등을 도입해 원칙대로 버리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