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 산출 방식을 바꾸기 위해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차량 가격과 상관없이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국민 민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인데, 이참에 모순투성이인 자동차 세제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는 1967년 지방세법에 자동차 세목이 도입된 이후 56년째 유지되고 있으며, 5단계였던 과세 구간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3단계로 축소됐다. 1000cc 이하는 cc당 80원, 1000~1600cc는 140원, 1600cc 초과는 200원이 산출 기준이다.

과거에는 배기량이 높은 차들이 고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배기량이 적어도 성능이 우수한 차가 지속해서 출시되고, 고가 수입차 역시 증가하면서 차값이 몇 배씩 차이가 나도 자동차세는 똑같거나 고가차가 오히려 세 부담이 적은 ‘역진성’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차값 2143만원의 아반떼 1.6 가솔린 모델은 자동차세가 29만원이 넘지만, 차값이 1억6000만원에 달하는 테슬라X는 절반도 안 되는 13만원에 불과하다. 전기차는 ‘그 밖의 자동차’로 분류돼 13만원(자동차세 10만원+30% 지방교육세)만 일률 부과되기 때문이다.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의 논리 중 하나는 환경 오염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세제에서는 차량 출시 후 매년 5%씩 할인해 차령이 11년이 넘으면 50%를 감면해주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을 반영한다는 것인데, 환경문제 때문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취지와 상치된다. 일본은 이런 경우 오히려 세금을 할증하고 있다.

자동차세제 개편의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가 돼야 한다. 첫째, 조세 형평성에 맞게 고가 물품에 높은 세금이 매겨지는 재산세 방식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오염원인자 비용부담원칙으로, 탄소배출 유발과 자동차세를 연결하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탄소 배출량·연비·차령·차량 무게 등을 고려함으로써 재산세와 환경세가 혼합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