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 美 겨냥해 "외부 간섭 없이 합리적 결정해야"
중국, 이탈리아 일대일로 탈퇴 움직임 촉각…"양국 이익에 부합"
중국이 이탈리아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탈퇴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구상 10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세계 각국 정상을 자국으로 불러 세를 과시하려는 중국으로서는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움직임이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밤 홈페이지에 이탈리아 국방장관의 일대일로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올린 입장문에서 "일대일로는 중국과 이탈리아의 실질적인 협력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했고, 경제·무역 및 기업 협력에서 많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탈리아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며 "일대일로의 협력 잠재력을 모색하는 게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그동안 자국의 정책을 비판하는 외국 정치인에 대해 공격적 행보를 서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유화적인 목소리다.

이탈리아는 2019년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경제·안보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탈퇴 쪽으로 기울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하원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고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일대일로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수주의 성향의 관영 환구시보도 이탈리아 국방장관이 일대일로를 언급한 것을 비정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미국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며 화살을 미국으로 돌렸다.

신문은 1일 '일대일로 탈퇴가 이탈리아에 후회가 되지 않도록 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서 가장 급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안보와 국방 담당자들"이라며 "이것은 미국과 서방이 안보를 얼마나 심하게 확장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탈리아의 국익만 따진다면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게 의심할 여지 없이 이득이지만, 지정학적 측면과 미국의 압력·강요가 섞여 있다면 일이 복잡해진다"며 "이탈리아가 외부 간섭없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