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에 "내 우승으로 더 많은 프랑스 골프 선수 등장했으면"
31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셀린 부티에(프랑스)는 챔피언 인터뷰에서 유난히 '프랑스'와 연관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1994년부터 시작된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은 프랑스 땅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투어 대회이자 메이저대회이지만 프랑스 선수로는 부티에가 처음 우승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프랑스 국기를 든 응원단이 들어차 부티에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부티에는 시상식 때 프랑스 국기를 어깨에 두르고 포즈를 취했다.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 같았다.

부티에는 "프랑스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이보다 더 좋은 각본은 없었을 것 같다.

너무 완벽해서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프랑스 선수로서 이 대회 첫 우승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부티에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은 나한텐 전부나 다름없다"면서 "만약 제가 어떤 대회든 우승한다면 그건 바로 이 대회여야만 했다"면서 ""우승자 명단에 프랑스 국기를 추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내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프랑스 관중들과 함께 이 순간을 공유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 그들이 내내 보여준 엄청난 응원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힘이 됐다"라고도 밝혔다.

부티에는 이민자의 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고 태국에서 프랑스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부티에는 파리 근교 도시 클라마르에서 태어났다.

최근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 촉발한 시위와 폭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에 이민자의 딸이 큰 선물을 안긴 셈이다.

부티에는 부모의 지원과 자신의 열정 덕분에 프랑스에서 눈에 띄는 골프 선수로 컸다.

부티에의 쌍둥이 자매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한다.

2010년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챔피언십, 스칸디아 주니어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부티에는 2012년 유럽 여자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라 아마추어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부티에는 미국 남부 명문 듀크대학교에 진학하면서 LPGA 투어 선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미국 대학 무대에서도 3차례 우승한 부티에는 2015년 브리티시 여자 선수권대회를 제패하기도 했다.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까지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프로로 전향해 뛰어든 시메트라 투어에서 2017년 2승을 따내고 2018년부터 LPGA 투어에 입성했다.

부티에는 시메트라 투어를 통해 LPGA 투어에 진출한 첫 번째 프랑스 선수였다.

부티에 "내 우승으로 더 많은 프랑스 골프 선수 등장했으면"
2019년 ISPS 한다 빅 오픈에서 첫 우승을 올렸고 2021년 숍라이트 클래식, 그리고 올해 3월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등 3승을 쌓았지만, 최정상급 선수로는 인정받지 못했던 부티에는 그토록 바라던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정상 제패로 특급 선수 반열에 올랐다.

코스에서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정한 경기 스타일로 유명한 부티에이지만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너무나 우승하고 싶은 대회지만 지난 6번 출전에서 공동 29위가 최고 성적일 만큼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건 "부담감을 잘 극복하지 못했던 때문"이라고 진단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는 부담감을 어느 정도 이겨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리더보드를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막판에는 리더보드를 봤지만, 3라운드를 마친 뒤부터 최종 라운드가 시작되기까지 너무 긴장돼 다른 선수의 경기는 신경 쓰지 않고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는 그는 "가족이 옆에 있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코스에서 느끼는 압박감과 너무 많은 생각을 덜어내는 데 가족이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부티에는 3타차 선두로 나선 최종 라운드에서 1, 2번 홀 연속 버디로 일찌감치 상승세에 올라탔다.

1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워낙 잘 쳤던 결과였으나 2번 홀(파3) 버디 퍼트는 10m가 넘는 거리에다 라인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두 번 휘어지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겹쳐 한 번에 넣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부티에는 "예상 못 한 행운이었다.

보너스를 탔다"며 웃었다.

5타차 선두로 밀어 올린 5번 홀(파3) 버디도 "운이 좋았다"고 그는 말했다.

"초반에 버디 1개 정도는 확신했지만 3개의 버디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긴장을 풀 수 있었다"는 부티에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팬들이 내 이름을 부르고 함성을 지르며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에 약간 울컥했다.

그래도 마지막 두 번의 퍼트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부티에는 "일상생활에서 내가 프랑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은 없다"면서도 "더 많은 프랑스 선수가 프로가 돼 같은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이번 우승에 담긴 보람을 표현했다.

다음 대회가 열리는 스코틀랜드로 떠나기 전 파리에서 가족들과 축하 파티를 열 계획이라는 부티에는 "정말 멋진 우승이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더 많은 메이저대회 우승에 의욕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