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 원칙·독립 포기 전제로 중국과 평화 유지 주장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의 지지율이 부진한 가운데 '친중파'로 통하는 마잉주 전 총통이 중국과의 평화론을 설파해 눈길을 끌고 있다.

'친중' 마잉주 전 대만총통, 대선 앞두고 '中과 평화론' 주창
28일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전날 노터데임대 런던 분교에서 연설을 통해 사실상 중국의 논리에 바탕을 둔 양안(중국과 대만) 평화론을 역설했다.

그는 연설에서 현재 양안 관계에 필요한 것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평화적 수단이라면서 평화적 협상을 장려해 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새 대만 주변에서 무력시위로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 것은 중국이라는 점에서, 마 전 총통의 이런 주장은 얼핏 중국의 입장과 배치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다.

마 전 총통 주장의 골자는 독립 성향의 현 민주진보당(민진당) 집권 세력과는 달리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 그 표현은 중국과 대만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이른바 '92공식'을 수용해 양안 간 평화를 찾자는 것이다.

92공식은 1992년 11월 반관반민 성격의 중국해협양안관계협회(이하 해협회)와 대만해협교류기금회(이하 해기회)가 합의한 것이지만, 민진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대만이 독립을 추구하지 않고 대만이 중국의 '특별행정구'라는 중국 측 주장을 수용하면서, '친미행보'를 포기하면 대만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게 마 전 총통의 평화론인 셈이다.

마 전 총통은 지난 3월 30일 중국 당국의 초청에 응해 이른바 '성묘여행'을 해 관심을 끌었다.

이는 1949년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배해 대만으로 쫓겨간 이후 74년 만에 전·현직 대만 총통의 첫 중국 방문이었다.

그는 조상을 기리는 청명절을 맞아 후난성 샹탄현에 묻힌 조상 무덤에 제사를 지내고 국민당 정부 수도였던 난징·충칭과 함께 상하이 등을 돌아보면서 이를 개인적 방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문 기간 국공합작의 연결 고리라고 할 수 있는 '국부(國父)' 쑨원(孫文)의 묘를 방문하는 등 공산당과 국민당 간의 우의 다지기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으며, 이를 통한 대만 내 보수 유권자 결집을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6년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대만 정부와 아예 접촉을 꺼려온 중국은 내년 총통 선거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져왔으며, 이를 위해 국민당 지지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 중국은 국민당을 공식적인 대화 파트너로 삼아 지난 2월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에 이어 5월 초 롄성원 국민당 부주석을 잇따라 초청해 융숭히 대접하면서 중국과 대만이 '한 집안'이라는 점을 부각한 바 있다.

'친중' 마잉주 전 대만총통, 대선 앞두고 '中과 평화론' 주창
특히 중국은 마 전 총통이 '양안 화해'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크게 거는 듯하다.

그의 총통 재임 기간인 2008∼2016년 8년간 양안 관계는 '전성기'를 누렸다.

2015년 11월 싱가포르에서 그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에 사상 첫 양안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도 했다.

대만의 2∼3년 군 의무 복무 제도가 4개월 의무 복무로 변경된 것도 마잉주 집권 시기인 2013년이었다.

국민당과 중국은 총통 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마 전 총통이 대만 보수 세력을 결집, 불리한 판세를 뒤집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만여론재단이 지난 17∼18일 20세 이상 대만인 1천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를 보면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율 36.4%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는 20.2%로,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27.8%)에게도 크게 처진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