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수근 상병 사고 관련 심리치료 방식 제시…"밖에서 흔들어선 안 돼"
포항트라우마센터장 "해병대 자긍심 손상 주지 않는 치료 필요"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소속 고 채수근 상병의 동료 해병대원들에 대한 트라우마(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이영렬 경북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병대란 특수한 집단이 트라우마를 입었을 때는 해병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접근해서 치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해병대를 없애자는 식으로 밖에서 막 흔들어대면 병사들이 무척 힘들어하고 자신들이 해병대를 망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최고 전문가가 붙어서 해병대가 지닌 정체성이나 자긍심에 손상을 주지 않는 생태학적 트라우마 심리치료를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 상병 어머니가 표현을 잘하셨는데, 채 상병 사고에 따른 문제 개선 등은 해병대가 해결하는 것이 맞다"며 "해병대를 격려하거나 위로하면서 문제도 해결하고 트라우마도 치유하는 방식이 정답인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 해병대 1사단을 방문해 채 상병 소속 부대원과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면서 비밀 보장을 전제로 "힘든 해병대원은 24시간 언제든 전화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정신과 군의관이 해병대원을 대상으로 '어려운 사람은 손 들고나와서 상담하라'고 한다면 당장 나와서 상담할 대원은 없다"며 "일과 시간에는 전화하기 어려운 만큼 일과 후에 조용히 전화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과 의사가 각 내무반의 선임병이나 간부처럼 오피니언리더를 개인적으로 만나 자문에 응하는 방식으로 기둥을 세우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통의 핫라인 상담 서비스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넓은 안전망을 쳐놓으면 훨씬 나아질 것"이라며 "정훈병과와 의무병과가 부대 분위기를 바꾸는 활동을 하면서 외상 후 성장을 만들어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한 집단 애도가 필요하고 개선과 발전의 과정이 영예로운 기억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이끌어감으로써 궁극적으로 해병대의 정체성과 연대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