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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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만으로 먹히던 SNS는 옛 말이다.”

국내 플랫폼 업계에선 해외 SNS의 공격적인 영토 확장에 많은 이용자가 반응하는 핵심 이유로 ‘빠른 변화’를 꼽는다. 주요 해외 SNS는 최근 3년 새 핵심 기능 중 하나로 ‘숏폼(짧은 분량의 동영상)’을 잇따라 추가했다. 이 전략은 통했고, 숏폼은 각 SNS의 대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SNS에선 숏폼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숏폼은 15초~3분 내외 필터, 효과 등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짧은 영상 콘텐츠다. 글과 사진 위주로 콘텐츠를 공유하고 소통하던 방식이 숏폼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숏폼형 SNS’라는 장르도 생겨났다.

업계에선 인기 있는 SNS의 필수 조건으로 숏폼을 꼽는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소셜미디어·검색포털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전국 15∼59세 남녀 5000명 중 68.9%는 숏폼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동일한 조사 결과(56.5%)보다 12.4%포인트 높아졌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숏폼 서비스 강화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틱톡이 숏폼 열풍을 일으키자, 인스타그램은 ‘릴스’, 유튜브는 ‘쇼츠’라는 이름으로 2021년부터 숏폼 서비스 강화에 집중했다. 숏폼 콘텐츠는 글이나 사진에 비해 가볍게 소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더 직관적으로, 흥미롭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타가 최근 발간한 ‘2023 트렌드 보고서’에선 릴스를 메타 내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콘텐츠 포맷으로 꼽았다. 릴스는 매일 1400억회 이상 재생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지난해 2분기 기준 릴스 시청 시간은 전분기 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 관계자는 “숏폼 콘텐츠로 유입되는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카오도 숏폼 콘텐츠 강화에 신경을 쏟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중 새로운 숏폼 서비스 ‘클립’을 출시한다. 인공지능(AI) 기반이 사용자의 관심사에 최적화된 숏폼 콘텐츠를 추천하는 형태로 공략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서 다양한 숏폼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오늘의 숏’ 채널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트위터가 23일 금융 기능까지 갖춘 ‘슈퍼앱’으로의 전환을 예고한 데 따라, SNS의 서비스 주무대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NS가 숏폼에 이어 AI, 금융 서비스 등을 결합해 확장하면 기존 플랫폼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SNS와 생활 플랫폼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