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이다. 중국이란 막대한 시장을 발판 삼아 수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전통의 강국인 독일을 넘어섰다. 올해는 수출 1위라는 일본의 아성까지 허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국책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2009년부터 14년간 2000억위안(약 36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감세 지원책을 펼쳤다. 덕분에 전기차 산업은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초기 목표를 달성한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그간 지급해온 중앙정부 보조금을 과감히 없앴다. 추가로 중국에서 전기차를 살 때 부담하는 신차 구매세(10%) 감면 혜택도 조금씩 줄이고 있다. 이제는 자국 자동차 기업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셈이다.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주요국도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거나 줄이고 있다. 독일은 올해 들어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을 6000유로(약 860만원)에서 4500유로(약 645만원)로 25% 낮췄고, 프랑스도 전기차 보조금 상한액을 17%가량 줄였다. 영국은 2011년부터 시행한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지난해 6월 폐지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럽의 전기차 판매는 최근 강력한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4월 유럽 내 전기차 판매는 55만973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차지한 비중은 약 13%에 달했다. 1년 사이 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제는 보조금에 좌우되는 초기 시장 형태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얘기다.

중국과 유럽 정부의 보조금 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전기차 시장 추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른 주요 시장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도 퍼주기식의 원칙 없는 보조금 지급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러는 사이 버스와 트럭을 중심으로 한 중국산 전기차는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보조금 혜택을 받아 가며 국내 시장을 조금씩 파고들었다. 그 결과 중국산 전기 버스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3.2%에서 올해 40%까지 올라갔다.

더 큰 문제는 1t급 소형 화물 전기 트럭이다. 승용차와 달리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180㎞에 불과한데도 최대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보조금 지급 기준이 느슨한 탓에 중국산 전기 트럭의 공략에 무방비한 상태다. 실제 주행거리에 따른 보조금 차등을 두지 않으니 성능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히려 충전 인프라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미운 오리라는 눈총도 받는다. 보조금이 국내 제작사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초창기 시장 창출을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춘 지금 해외 주요국들은 보조금 정책을 수정 및 보완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퍼주기식은 이제 그만
한국도 구매 단계의 과도한 보조금을 줄이면서 인프라 확충에 보다 많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은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바뀐다. 지금과 같은 퍼주기식 보조금은 오히려 국내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