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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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밀수 과정에서 관세청에 적발된 마약류가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마약 수요가 급증하자 건당 1㎏ 이상의 대형 밀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마약류 밀수 단속 결과 325건, 329㎏의 마약류를 국경 반입 단계에서 적발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적발 건수는 작년 동기(370건)보다 줄었지만, 적발 중량(238㎏)은 38.2%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 인구(약 942만명)의 절반 이상인 505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적발 건당 마약 중량은 1.01㎏으로 작년 연간 적발 중량(건당 0.81㎏)을 넘어섰다. 마약 밀수 규모가 점점 대형화되는 양상으로 해석된다. 국내 마약 유통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고 마약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거래되는 필로폰 가격은 1g당 평균 450달러로 미국(44달러), 태국(13달러) 등보다 10배 이상 높다.

밀수 경로는 국제우편(165㎏·149건), 특송화물(86㎏·92건), 여행자(66㎏·81건), 일반화물(12㎏·3건) 순으로 적발 건수가 많았다. 특히 여행자를 통한 밀수가 작년 상반기 40건에서 81건으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대면 방식의 마약 밀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다.

마약 종류별로는 필로폰(140㎏·69건), 대마(83㎏·103건), 케타민(24㎏·30건), 합성 대마(21㎏·37건),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12㎏·45건) 등의 순으로 적발 중량이 많았다. 특히 필로폰 적발 중량이 작년 상반기보다 60.9% 급증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클럽용 마약'으로 투약되는 MDMA와 케타민도 각각 50%, 300% 급증했다.

미국에서 밀수가 시도된 마약류가 80㎏, 10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태국(80㎏·40건), 라오스(39㎏·11건), 베트남(32㎏·54건), 중국(19㎏·17건) 순이었다.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으로부터 169㎏의 마약류가 반입됐다. 작년 상반기보다 115% 증가한 규모다.

관세청은 다음 달 31일까지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 '마약나뽀'(마약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4가지 방법)를 펼친다. 이날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선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체험형 부스를 운영하고 마약 탐지견 시범 행사를 열었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최근 하루 평균 2건, 2㎏에 가까운 마약밀수 시도가 적발돼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며 "관세행정의 최우선 순위를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두겠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