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보고 나도 놀라…망가지는 데 두려움 없어요"
'밀수'서 다방 마담 변신 고민시 "내 몸 던져 해보자 생각"
붓펜으로 그린 듯 완벽한 갈매기 모양의 눈썹과 보랏빛 아이섀도가 칠해진 눈가, 새빨간 립스틱이 발린 입술, 촌스러운 한복까지.
배우 고민시는 오는 26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에서 파격적으로 변신한 외모를 선보인다.

그는 Z세대가 가장 선망하는 외모를 가진 20대 배우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그래서인지 몇 달 전 '밀수' 캐릭터 포스터가 공개된 당시 확 바뀐 그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고민시는 자신조차 "거울을 멍하니 쳐다보며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고 처음 분장한 당시를 떠올렸다.

"촬영이 다 끝나고 홍보용 스틸컷을 골라야 하는데 고를 게 없더라고요.

하하. '그냥 원하는 거 써주세요' 말씀드렸는데, 막상 포스터 나온 걸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나가도 되나 싶어서요.

하지만 오히려 제 캐릭터에 대해 힌트를 줄 수 있겠다 싶어서 좋기도 했습니다.

"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 또한 그동안 고민시가 선보여온 캐릭터와는 전혀 딴판이다.

그는 1970년대 밀수 범죄에 뛰어든 해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다방 마담 '옥분'을 소화했다.

발랄하면서도 천박한 구석이 있고 능청스러운 대사와 행동으로 웃음을 준다.

고민시는 연기 지도를 받을 때 류 감독이 자신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상스럽게", "추접스럽게" 같은 말이었다며 웃었다.

"근데 저는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더 좋아요.

거기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그 캐릭터를 더 확실하게 구현하고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죠. 현장에 있던 다른 분들이 너무 웃어주니까 그걸 믿고 그대로 계속 갔을 뿐이에요.

'내 몸 하나 그냥 던져서 해보자' 생각하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면서 찍은 장면도 있고요.

"
'밀수'서 다방 마담 변신 고민시 "내 몸 던져 해보자 생각"
옥분이 '밀수'에서 가장 큰 웃음을 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웃기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배신이 난무하는 밀수 판에서 전직 해녀 춘자(김혜수 분),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과 한 편이 돼 끝까지 신의를 지키는 의리 있는 인물이다.

고민시가 스크린 데뷔작 '마녀'(2018)에서 맡은 자윤(김다미 분)의 친구 명희 역과 비슷한 부분이다.

류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서 고민시와 언젠가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내주셨을 때 전 당연히 오디션을 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재밌는 작품이고 옥분도 매력적이지만, 만약 오디션을 본다면 붙을 확률이 낮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죠. 근데 오디션이 아니라 '나는 고 배우가 옥분이를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감독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여쭤봤더니 '마녀'에서 삶은 달걀을 먹으면서 최우식 선배님한테 욕하는 장면을 참 좋아하셨대요.

하하."
김혜수 역시 이 작품을 보고서 메모장에 고민시의 이름을 적어뒀다.

첫 촬영을 앞두고 긴장감이 컸던 고민시는 그 이야기를 김혜수에게서 직접 듣고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밀수' 팀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너무 설레지만 긴장되고 위축도 됐어요.

내가 과연 이 선배님들 사이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블랙홀만 되지 말자고 다짐했죠. 그러던 차에 혜수 선배님께서 제 손을 잡아주시면서 '나는 이번에 자기랑 같이 작품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 기억은 못 잊을 것 같아요.

"
'밀수'서 다방 마담 변신 고민시 "내 몸 던져 해보자 생각"
2017년 데뷔한 고민시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2020)을 통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오월의 청춘', '지리산'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인기를 높였다.

주로 드라마로 활동해왔지만, 영화에 대한 욕심이 크다고 고민시는 강조했다.

단역임에도 '봉오동 전투', '헤어질 결심' 등 영화에 출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녀' 때 큰 스크린에 제 얼굴이 나오는 걸 보고부터 언제나 영화가 하고 싶었어요.

단역이라 할지라도 한 컷이라도 나오는 그 순간이 좋거든요.

영화를 너무너무 하고 싶었을 때 만난 작품이 바로 '밀수'에요.

그래서 이 작품은 저에게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추억이 담긴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