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유정처럼 '과잉살상' 경향…살인 지향한 듯"
살인 자체가 목적이었나…신림 흉기난동범 사이코패스 검사
경찰이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을 벌인 조모(33·구속)씨의 범행 동기와 배경을 규명하기 위해 25일 오후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하기로 했다.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는 냉담함, 충동성, 공감 부족, 무책임 등 사이코패스의 성격적 특성을 지수화하는 검사다.

모두 20문항으로 이뤄졌으며 40점이 '만점'이다.

국내에서는 통상 25점을 넘기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결과가 나오는 데는 열흘 정도 걸린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드러난 조씨의 범행 방식과 진술만으로도 사이코패스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고 봤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반사회적 동기에 기인해 본인의 폭력적 성향을 발현한 것"이라며 "진단검사에서 사이코패스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14차례 소년부 송치 이력 등을 봤을 때 이미 그 당시에 품행장애, 적대적 반항장애(ODD) 등 문제 행동의 기미가 있었을 것"이라며 "범행 당시의 모습을 봐도 전혀 보통의 범죄자 같지 않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씨의 범행에서 '정유정 사건'과 유사한 '과잉 살상' 경향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은 사이코패스 진단검사에서 28점대 점수를 받았다.

조씨는 경찰에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범행 양상으로 미뤄 살인 자체에 대한 동기가 있었을 것으로 승 연구위원은 추정했다.

단순히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러진 피해자의 급소를 찌르는 등 살인의 목적과 고의성이 명확해 보인다는 것이다.

승 연구위원은 "반드시 누군가를 죽여야 할 만큼 극단적인 분노 속에서 이뤄진 범죄"라며 "오로지 살인을 지향하면서 '살인에 의한, 살인을 위한 살인'을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살인 자체가 목적이었나…신림 흉기난동범 사이코패스 검사
경찰은 조씨가 범행 10분 전 흉기를 훔쳐 택시를 타고 신림역에 내리자마자 범행한 점으로 미뤄 '계획된 묻지마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씨는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그저 처음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10여 차례 찌르는 등 잔혹하게 살해했다.

출동한 경찰관을 보고 도주하기는커녕 혼잣말로 신세를 한탄하며 순순히 투항하는 등 보통의 흉악범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조씨는 이날까지 닷새 동안 말을 여러 차례 바꾸며 수사에 혼란을 주고 있다.

경찰에는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으러 가면서는 "상황이 안 좋았다.

죄송하다"며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 진술을 번복해 애를 먹고 있다"며 "취재진 앞에선 자책하다가 조사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는 등 일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씨는 체포 당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가 뒤집기도 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씨의 모발을 정밀 검사해달라고 의뢰했다.

경찰은 오는 26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조씨 이름과 얼굴 등을 공개할지 결정한다.

이달 30일 구속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오는 28일 조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