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입자가 올해 1분기에만 21만 명 감소했다. 과거에 가입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경제 위기 때였는데 이번에는 그런 위기가 없는데도 가입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민연금 가입자는 2229만 명으로 작년 말(2250만 명)보다 21만 명 감소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그동안 인구 증가와 함께 대세 상승 곡선을 그렸다.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443만 명에서 지난해 2250만 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전년 대비 -6만 명),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 일부가 국민연금 가입 상한 연령(만 59세)을 넘은 2017년(-1만 명), 자영업 경기가 악화한 2019년(-9만 명)과 코로나19 사태 때인 2020년(-12만 명) 정도다.

특히 올 1분기에는 지역가입자나 임의가입자가 아닌 직장가입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 3월 말 직장가입자는 1471만 명으로 작년 말(1478만 명)보다 7만 명 감소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대세 감소기’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여파로 가입자 감소 압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전반이 고령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빠르게 악화하는 인구 구조를 보완할 연금·고용개혁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