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왼쪽부터 영화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사진=왼쪽부터 영화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밀수' 180억원, '더 문' 280억원, '비공식작전', 200억원, '콘크리트 유토피아' 150억원. 여름 성수기 시즌을 앞둔 국내 4대 배급사 텐트폴 작품들의 순 제작비다. 여기에 홍보 등 마케팅 비용까지 합하면 4편의 영화에만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 영화 '범죄도시3'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영화 '미션 임파서블7', 영화 '바비' 등 외화들도 사랑받으면서 극장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활력을 찾았다는 반응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극한직업'과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겨울왕국2' 등 5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했던 2019년과 같은 활력을 올여름 다시 엿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2023년 6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6월 전체 매출액은 1451억원, 전체 관객 수는 145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6월 전체 매출액 평균(1491억원)의 97.3% 수준이다. 6월 전체 관객 수는 1452만 명으로 2017~2019년 6월 전체 관객 수 평균(1768만명)의 82.1% 수준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코로나19 시기 내내 밀리던 한국 영화 점유율도 증가했다. 6월 한국 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64.7%,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은 64.8%를 기록하며, 한국 영화 매출액·관객 점유율 모두 7개월 만에 외국영화에 우위를 점했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 등 국내 4대 투자배급사로 불리는 곳에서 자존심을 걸고 내놓은 간판 작품들이 이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블록버스터 전쟁의 시작을 여는 작품은 26일 개봉하는 '밀수'다. 바닷속 밀수품을 끌어 올리며생계를 이어오던 해녀와 뱃사람들이 일생일대의 큰 판을 벌이면서 벌어지는 해양범죄활극을 표방하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 등 탄탄한 이야기와 유머, 볼거리로 사랑받은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8월 2일에는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나란히 첫선을 보인다. '더 문'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김용화 감독의 작품. 대한민국 최초 달 탐사선 우리호에 탑승하는 우주인들의 여정을 담았다. '비공식작전'의 김성훈 감독 역시 앞서 '끝까지 간다', '터널'로 관객들의 신뢰가 높은 인물이다. 레바논에서 실종된 동료 외교관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정우, 주지훈의 활약이 예고돼 있다.

마지막 작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돼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몰려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재난 드라마다.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이 출연해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작품별로 장외 홍보전도 치열하다. '밀수'는 개봉 주 주말에 무대인사를 진행하며 입소문 효과를 노린다. 김혜수와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출연진이 출중한 만큼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커피차 이벤트도 진행하기도 했다. 극 중 다방 마담으로 등장하는 배우 고민시는 캐릭터를 살려 레트로풍으로 꾸민 커피차를 끌고 지난 10일 오전 광화문 한 건물 인근에 깜짝 등장했다. 그는 이날 시민들에게 커피, 미숫가루 등 음료를 나눠주며 영화 홍보에 나섰다.

CJ ENM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더 문'은 SF영화라는 특징을 살려 지난 8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케이팝 스퀘어에 한국 영화 최초로 초대형 아나몰픽 옥외광고를 내걸었다. 잠실 롯데월드에는 대형 LED 미디어 스크린으로 만든 초대형 달 모형을 걸었고, CGV용산아이파크몰 4관에 달을 띄웠다.

'빅4' 영화 중 가장 먼저 시사회를 진행한 '비공식작전'은 2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김성훈 감독과 그의 친구 장항준 감독이 함께하는 GV를 진행한다. 김성훈 감독은 장항준 감독의 아내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연출한 이력도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황광 아파트 입주 신청'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제공하는 힌트를 모아 입주민 신청을 위한 비밀번호를 완성하는 이벤트인데, 미션을 완수하면 추첨을 통해 시사회 티켓을 증정하는 방식이다. 오는 31일부터는 재난 콘셉트의 방탈출 이벤트 체험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들 외에도 유해진, 김희선 주연의 '달짝지근해:7510', 배우 정우성의 연출작 '보호자'도 8월 15일 개봉이 예고된 상황이다. '달짝지근해'는 65억원, '보호자'는 8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달짝지근해'는 '완득이', '증인'의 이한 감독이 연출한 로맨스 영화다.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 제과 연구원(유해진 분)과 긍정 마인드의 여성(김희선 분)의 이야기로 광복절 휴일을 노려 이례적으로 화요일 개봉을 택했다. 신세계 그룹 콘텐츠 자회사인 마인드마크가 배급을 담당한다.

정우성 연출, 주연의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지난해 토론토‧시체스‧하와이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먼저 선보이며 해외 선판매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