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코앞인데 오히려 힘 못쓰는 '닭고기株'…왜?
복날이 있는 7~8월은 전통적인 닭고기 성수기지만 관련주가 최근 '복날 특수'를 못 누리고 있다. 정부가 닭고기 가격 인하를 요청하면서 수익성 우려가 불거진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닭고기 생산 업체인 하림, 마니커, 동우팜투테이블의 주가는 최근 1개월(6월19일~7월19일) 14%가량 하락했다. 이 기간 개인들이 닭고기 관련주를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들 업체는 닭고기 업계의 '큰손'으로 통한다. 농림축산식품부 도계검사 실적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하림의 시장 점유율은 18.1%에 달한다. 동우팜투테이블(계열사 올품 포함)의 시장 점유율은 16.2%, 마니커는 7.1%였다. 세 업체의 점유율을 합하면 40%에 육박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닭고기 관련주는 대표적인 복날 수혜주로 분류된다. 여름 판매량이 반영되는 3분기 매출액, 영업이익 등이 다른 분기에 비해 좋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하지만 최근 이들 종목의 주가는 오히려 울상이다. 삼계탕값이 너무 비싸다는 여론에 정부가 이들 업체에 가격 안정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kg당 3954원이었던 닭고기 도매가격은 초복(7월11일) 4445원으로 12% 상승했다. 생산 원가 상승,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병아리 공급 감소 등에 따라 올해 상반기 육계 공급량은 작년보다 4.3% 줄어든 여파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13일 하림, 동우팜투테이블 등 10개 업체와 '닭고기 수급조절협의회'를 열고 닭고기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또 여름철 성수기 삼계탕용 닭고기 출하량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자 닭고기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기준 닭고기 도매가는 kg당 4224원으로 초복에 비해 5%가량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으로 음식료 업종에 대한 투자 포인트가 희석됐다고 풀이했다. 통상 음식료 업체들은 곡물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 제품 판매단가를 인상해 이익을 방어하는데 정부 개입으로 가격결정권을 잃어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음식료 업체의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 가격 차이)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면서도 "정부 압력으로 스프레드 개선 시점은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가격 인하를 요청받은 라면 업체가 일제히 가격을 내린 것을 감안하면 향후 닭고기 가격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1위 업체 하림은 이미 다음달 말부터 종란 240만개를 수입한다고 밝혔다. 종란은 부화 공정을 통해 육계 병아리가 될 수 있는 수정란을 가리킨다. 종란이 닭고기가 되기까지 50여일이 소요되므로 10월부터는 닭고기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