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정 한국미술연구소 책임연구원 분석…"음식으로 몸 보양하는 '식치'"
"닭 요리 많지만 국물 음식에 닭 형태 유지하고 인삼 넣은 건 한국서만"
복날에 찾는 보양식 삼계탕…"韓 음식문화서 탄생·발전한 음식"
삼복더위에 즐겨 찾는 보양식인 삼계탕은 우리 문화 안에서 태어나고 자리 잡은 음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정희정 한국미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동북아역사 리포트'에 실은 글에서 "한국의 보양 음식 삼계탕은 한국의 음식문화 속에서 탄생하고 발전한 음식"이라고 주장했다.

정 연구원은 '한국인의 여름 나기, 삼계탕의 연원과 발달'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약으로 병을 치료하기 전에 음식으로 몸을 다스리는 '식치'(食治) 개념을 비중 있게 다뤘다.

그에 따르면 한국 음식에는 국, 탕, 백숙, 곰탕 등 국물 요리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탕은 약을 달인 것이나 약효가 있는 재료를 뜨거운 물에 달여서 만든 약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곰탕의 곰 역시 재료를 끓여 진하게 만든 즙인 '고'(膏)와 맞닿아 있다.

복날에 찾는 보양식 삼계탕…"韓 음식문화서 탄생·발전한 음식"
정 연구원은 "오늘날 탕, 백숙, 그리고 곰이라 명명되는 국물 요리에 몸을 보양한다는 인식이 들어간 것은 이런 식치의 개념에서 연유한 것으로 유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삼과 닭을 사용해 끓인 국물 음식인 삼계탕과 관련, "더운 여름에 삼계탕을 보양 음식으로 먹는 것 역시 한국 음식 문화의 특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닭의 형태를 유지한 점이 삼계탕만의 독특한 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닭을 통째로 조리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음식"이라며 "손질이 번거롭고,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도 모양과 맛, 효능을 위해 선호했던 방식"이라고 봤다.

그는 지금의 삼계탕과 같은 음식은 조선 초기부터 있었으리라 추정했다.

복날에 찾는 보양식 삼계탕…"韓 음식문화서 탄생·발전한 음식"
조선 전기에 출간된 책인 '식료찬요'(食療纂要)에는 출산 후 몸이 허해졌을 때 생백합(生白合·나리) 3개와 멥쌀 반 되를 버무린 다음 닭 속에 넣고 삶아 익혀 먹으라고 권한다.

정 연구원은 "삼계탕의 연원을 아무리 늦게 잡아도 조선 초기"라며 "조선 후기에는 인삼 재배의 성공으로 고가 약재인 인삼을 보양식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여건이 갖춰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글에서 삼계탕이 우리 독자적인 음식 문화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정 연구원은 "닭을 이용한 음식은 세계 보편적이지만, 국물 음식에 닭의 형태를 유지하고 귀한 약재였던 인삼은 넣은 삼계탕은 인삼의 종주국 한국에서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