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동 증권가. 허문찬 기자
서울 여의도동 증권가. 허문찬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프라이빗뱅커(BP) 직원의 인사평가와 관련해 고객 수익률이 차지하는 비중을 4배 높였다. 이번 상향조정으로 '고객 수익에 대한 기여'와 '회사 수익에 대한 기여'가 같은 비중이 됐다. 증권업계에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20일 증권가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PB의 성과평가 체계에서 고객 수익률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500점에서 4배 높인 2000점으로 최근 조정했다. 조정한 점수는 회사의 수익에 대한 기여 점수와 같다. 둘을 같은 시각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PB 인사평가 점수 전체에서 고객 수익률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에서 14.8%로 높아졌다. 바뀐 인사평가 체계는 올 연말에 첫 적용될 예정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개편으로 회사의 수익에 대한 기여도가 아무리 높아도 담당 고객의 수익률이 안 좋으면 그 직원은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려워졌다"며 "인사평가 지표는 PB의 성과급과 승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들의 업무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일선 직원이 바뀐 제도에 불만을 가질 것을 우려해 설명회를 5차례 하는 등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해볼만 하다고 판단해 제도 변경안을 실행했다. 올 연말부터는 '고객 수익률 최우수상'을 신설해 포상을 하는 등 격려 방안도 함께 시행할 예정이다.

고객 수익률을 직원의 인사평가에 직결시키는 건 국내 증권업계에서 이례적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리테일 직원은 회사의 수익에 대한 기여로 인사평가를 받는 게 보통이고 고객 수익률과는 무관하다"며 "PB로서 좋은 평판을 쌓고 싶어서 수익을 잘 내주려고 할 수는 있겠지만 회사가 그걸 반영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시장 상황이 고객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를 인사평가에 직접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벤치마크 지표 대비 상·하회로 판단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