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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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시즌을 앞두고 젊은 검사들의 조직적 이탈에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대형 로펌이나 기관으로 떠나는 부장급 검사들의 사표는 매번 있었지만 젊은 검사들이 줄줄이 조직을 떠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군대식 조직문화, 과중한 업무, 인사 적체 등의 고질적인 문제 외에 갈수록 커지는 로펌과의 연봉 격차도 MZ세대 검사들이 조직을 떠나는 이유로 꼽힌다.

○사표 낸 평검사 3년 새 두 배

[단독] "일만 많고 연봉도 그닥…" MZ검사가 떠난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퇴직한 검사 수는 480명이다. 이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10년 차 이하 평검사의 퇴직자는 122명으로 25.4%에 달한다. 검찰을 떠나는 평검사는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19명이던 평검사 퇴직자는 지난해 41명으로 3년 새 두 배가 넘었다.

이원석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에선 젊은 검사들의 대규모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조직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초임 검사들도 조직을 떠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변호사시험 9, 10기 6명이 사직했다. 이들은 실무 수습 기간을 제외하면 본격적인 검사 생활을 2~3년도 하지 않은 사실상 막내 검사들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선 변호사 시험 1등을 해도 검사가 아니라 로펌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1월 치러진 제12회 변호사시험에서 수석으로 합격한 박용휘 변호사는 검사 대신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택했다. 변호사시험 석차가 처음으로 공개된 지난해 11회 시험에서도 수석 합격자 조현 변호사 역시 검사 임용을 마다하고 법무법인 지평을 택했다.

검찰 내부의 인사 적체가 평검사들의 줄사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부장급 이상 검사들이 대형 로펌이나 기관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인사 적체가 해소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장급 이상 간부 중에서도 눌러앉은 이들이 많아지면서 ‘역피라미드식 조직 구조’로 바뀌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100여 명의 검사 인원 중 상당수가 수사 지휘·연구 등 비수사 업무를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평검사 한 명에게 연간 1500건 가까운 사건 처리 업무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로펌과의 연봉 차이도 이직 요인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도 조직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검사의 급여가 사회적으로 낮은 축에 속하는 건 아니지만 법조계 엘리트 집단과 비교했을 때 임금 격차가 큰 편이다. 임금 인상률도 낮은 편이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에 맞게 일괄 적용되기 때문이다. 올해 초임 검사(1호봉) 임금은 1.4% 증가한 334만9800원이다. 최근 검사를 그만두고 로펌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우수한 성적을 받고 검사가 됐는데 로펌에서 일하는 동기와의 임금 격차에서 충격을 받았다”며 “국가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만으로 일하기에는 잦은 지방 인사이동과 업무 과중에 따른 부담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늘어난 정치 사건도 평검사들의 막중한 스트레스다. 최근 검찰 내부에서 최대한 피하고 싶어 하는 사건은 현재 감사원이 조사하고 있는 이전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 사건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열심히 수사해도 ‘정치 검사’로 사회적 비판과 낙인이 찍힐 수 있어서다.

검찰 조직 내부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높은 업무 강도와 잦은 인사이동 등의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월급이 적었던 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버텼다”며 “형사법만 하는 검사와 달리 로펌에서는 국제, 조세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점에 매력을 느낀 평검사들의 이직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