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소송으로 172억원 환수…37건 소송 진행 중
사무장병원에 준 급여비용 3조4천억원…6.65%만 징수
가짜이혼하고 자녀에 슬쩍 증여…불법 사무장병원 재산은닉 백태
A씨는 의사가 아닌 사람이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의 고용 의사로, 해당 병원과 자신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검찰에 기소되기 직전 배우자 B씨와 가짜 이혼을 했다.

이를 통해 29억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재산분할 약정으로 B씨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은닉했다.

남은 토지는 자녀 C씨에게 증여해 숨겼다
건강보험공단은 B씨와 C씨를 상대로 사해행위(채무자가 재산을 줄여 채권자의 권리를 해치는 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B씨로부터 적정한 재산분할 수준을 넘어서는 10억원을 환수했고 C씨와 관련해서는 소송을 통해 토지 증여가 취소돼 A씨 명의로 원상회복하자 압류해 강제 징수하는 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사례처럼 불법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약국 가담자들이 강제징수를 피하기 위해 재산을 숨기는 등의 행태가 심각하다며 이들에 대해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해 적극 환수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을 고용해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운영하는 병원이다.

면허대여약국은 마찬가지로 약사법상 약국을 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를 고용해 약사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운영하는 약국이다.

가짜이혼하고 자녀에 슬쩍 증여…불법 사무장병원 재산은닉 백태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으로 적발되면 가담자들은 불법 행위를 통해 받은 요양급여비용을 공단에 돌려줘야 하는데, 행정조사나 수사가 개시되면 재산을 숨겨 납부를 회피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지난 6월 기준 3조4천억 원에 달했고 징수율은 6.65%에 그쳤다.

특히 최근에는 재산은닉의 유형이 부동산부터 자동차, 금전 및 신탁까지 다양해지고, 재산을 숨기는 대상 또한 배우자, 자녀 등 가족부터 거래처 지인, 법인 등으로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의사 D씨의 경우 사무장병원이 적발되자 15년 전 이혼한 배우자에게 고급 주택을 매매하며 은닉했다 들통이 났고, 사무장 E씨는 사업자에게 토지를 매매하며 은닉했다가 공단이 제기한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패소해 환수 조치를 받았다.

공단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5년여간 199건의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해 172억원을 환수했고 현재 37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공단은 이들 불법 의료기관에 대해 국민신고 포상금 제도를 시행 중이며 지난달에는 재산 처분을 사전에 막기 위해 조기압류 제도를 도입했다.

이상일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재산 처분 전 신속하게 압류 조치를 실시하고 교묘한 재산 은닉 행위에 대해서는 사해행위취소 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가짜이혼하고 자녀에 슬쩍 증여…불법 사무장병원 재산은닉 백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