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믿기지 않는데…" 폭우에 숨진 어머니 '눈물의 배웅'
'효자면 친구 일동'
18일 오전 경북 예천군의 한 장례식장.
지난 15일 폭우로 효자면에서 숨진 60대 A씨의 빈소 앞에는 '효자면 친구 일동'이라 적힌 조화가 눈에 밟혔다.

허망하게 먼저 가버린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듯했다.

영정 사진 속의 고인은 하얀 외투를 입은 채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모습이었다.

그 앞에는 수박, 바나나, 사과, 배 등 여러 과일이 놓여있었다.

빈소 한편에는 고인의 아들이 바닥에 털썩 앉고서는 한참을 벽만 멍하니 바라봤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데…" 폭우에 숨진 어머니 '눈물의 배웅'
그의 아들은 "모친이 용인과 예천을 오가며 생활했는데 변을 당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영정 사진 속 고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면서 "맏형이 미국에서 사는데 소식을 듣고 어제 급하게 귀국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귀향하는 배우자와 함께 최근 예천에서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고인은 지난 15일 폭우가 쏟아진 새벽 집에서 변을 당했다.

발인은 이날 정오부터 가족들 1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고인의 아들은 어머니의 영정 사진이 비에 젖을까 품 안에 소중히 넣은 채 빈소 건물을 오갔다.

작디작은 함에 담겨 돌아온 고인을 빈소에 모신 후 "아이고"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눈물을 터뜨리는 이는 없었지만, 침울한 표정에는 고인을 향한 그리움과 슬픔을 억누른 듯 보였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데…" 폭우에 숨진 어머니 '눈물의 배웅'
이곳에는 이날 숨진 채 발견된 70대 여성 강모씨와 60대 여성 이모씨의 시신이 안치돼있다.

이들의 빈소가 어디에 차려질지는 추후 유족들이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실종자가 3명 발견되면서 현재까지 경북지역 사망자는 22명 실종자는 5명이 됐다.

5명 모두 예천에서 실종됐다.

한편 예천군은 오는 21일까지를 지역에서 사망한 주민들에 대한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이 기간에 각 읍·면사무소 공무원들은 근조 리본을 착용해 애도를 표현한다.

실종자 수색과 피해 현장 복구가 모두 완료될 때까지 군 단위 축제도 전면 중단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