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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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소비가 한풀 꺾인 건 한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글로벌 증시에도 반영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상승을 거듭한 글로벌 명품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들어 주춤하거나 하락하는 분위기다.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내세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들이 반등 국면에 접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17일 글로벌 명품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증시에서 한때 788.9유로까지 올랐던 케링은 최근 500유로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케링은 구찌,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을 보유한 프랑스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한때 600유로 선을 회복했는데 지금은 400~500유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루이비통 디올 등 굵직한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파리증시에서 지난 4월 904.6유로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주춤하고 있다. LVMH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을 때 유럽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0억달러(약 633조원)를 넘기기도 했다. 글로벌 주요 명품 기업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스톡스유럽럭셔리인덱스는 4월 3860.57을 찍은 뒤 이달 초 3559.13까지 떨어졌다.

반면 SPA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는 눈에 띄게 고공행진 중이다. 자라 모회사인 스페인 인디텍스는 주가가 올해 들어 40% 가까이 올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5유로 수준이었는데 이달 초 35유로대에 거래되고 있다. 인디텍스는 자라 외에 버쉬카 마시모두띠 풀앤베어 등 10여 개 SPA 브랜드를 갖고 있다. 유니클로 등을 보유한 일본 패스트리테일링도 올해 주가가 30% 넘게 올랐다. 1월 2만4000~2만5000엔이던 주가가 6월 들어 3만7000엔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서도 3만4000~3만5000엔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로 염가 패션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SPA 브랜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SPA 브랜드는 축적된 재고 관리 노하우와 탄력적인 공급망 관리를 바탕으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