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교통통제 부실, 제대로 작동 안 한 시설물 등 닮은꼴
부산 사고로 공무원 11명 무더기 처벌…쟁점은 '매뉴얼 준수'
3년 전 부산 지하차도 사고 겪고도 막지 못한 '오송 사고'
현재까지 1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충북 청주시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3년 전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1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닮은꼴이다.

부산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공무원들에게 무더기로 실형이 선고되며 경종을 울렸고, 정부가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음에도 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는 2020년 7월 23일 부산 지역에 시간당 최대 81.6㎜의 호우가 쏟아졌을 때 초량1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6대가 순식간에 밀려든 물에 잠겨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건이다.

당시에는 해당 용어가 없었지만, 지금으로 치면 '극한 호우'로 인해 발생한 재난이다.

3년 전 부산 지하차도 사고 겪고도 막지 못한 '오송 사고'
이 사고로 초량1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동구와 시설물 소유자인 부산시의 재난 대응 관련 부서 전·현직 공무원 11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 지난해 1심에서 재난 책임자에게는 실형까지 선고됐다.

자연 재난에 대한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엄벌이 내려진 사건으로 크게 주목받았으며,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두 사건은 폭우 속 지하차도의 교통 통제가 부실했다는 점과 지하차도 시설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닮았다.

부산 지하차도 참사 당시 차량 통제는 없었고,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안내 전광판은 있었지만 3년째 고장이 나 있는 상태였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 경우도 차량 통제가 늦어졌고, 배수시설 작동이 미흡했던 정황이 나온다.

비만 오면 거대한 웅덩이로 변하는 지하차도는 지형에 따라 초 단위로 수위가 순식간에 올라갈 수 있어 제때 통제되지 않으면 이미 늦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지난해 8월 국민 행동 요령에서 재난 시 저지대 접근을 삼가고, 조속히 몸을 피하도록 한 바 있다.

3년 전 부산 지하차도 사고 겪고도 막지 못한 '오송 사고'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고 때의 쟁점은 '현장에서 매뉴얼이 지켜졌느냐'하는 부분이다.

부산에서는 앞서 2014년도 2명이 숨졌던 '우장춘 지하차도' 침수 사고 전례가 있어 부산시와 각 구·군에는 침수 관련 매뉴얼 등을 마련해놓고 있었다.

부산시에는 당시 호우특보 발효 시 시설물 출입 교통 통제 현황을 점검하는 '부산시 풍수해 재난 현장 조치 매뉴얼'이 있었고, 동구도 자체적으로 호우 특보 발효 시 폐쇄회로(CC)TV로 재난을 상시 감시하는 인원 2명을 배치해 침수 여부를 확인하고 조치하도록 하는 '여름철 자연 재난 대비 재난 사항 대비계획'이 수립돼 있었다.

동구 '도로기전설비 유지관리 계획'에는 기상특보 시 상습 침수지역인 초량 지하차도에 현장 인력을 배치해 침수 여부를 확인하고 교통을 통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법원은 이들 3가지 매뉴얼에서 도출되는 공무원의 사고 예방 의무가 있고, 사고 당시 이를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이에 휴가를 간 구청장을 대신해 재난 총책임을 지던 부구청장에게는 금고 1년 2개월을, 재난부서 직원 등 3명에게는 징역 1년의 집행유예나 집행유예 없는 금고 1년 등을 선고한 바 있다.

나머지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 공무원은 사고가 발생하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이후 '상황 판단 회의' 등이 없었음에도 해당 회의를 한 것처럼 공문서에 표기했다가 허위 공무서 작성 혐의를 받기도 했다.

부산시청 재난 대응 부서 책임자 2명도 호우 특보 발효 후 내부적으로 비상단계 2단계 근무령을 제때 상향 조치하지 않아, 2단계 발동 시 체크하게 되어 있는 구군 지하차도 통제 여부 등의 확인 시기를 놓친 책임을 지기도 했다.

초량 지하차도 사고 직후 행정안전부가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집중호우 관련 자동 차단시설 구축, 원격 차단, 내비게이션 회사와 지하차도 통제 상황 실시간 공유, 상황전파시스템 구축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사고를 막지 못했다.

오송지하차도의 경우 자동차단 시설이나 원격 차단 시스템은 구축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행안부에서 가이드라인 마련 이후 일부 지자체는 바로 수용했지만, 대부분 지자체가 예산 우선순위에 밀려 적극적으로 수용되지 않았다"면서 "2020년 부산 사고 이후 2021년 예산이 반영되고 지난해 설치됐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극한 재난이 많아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안전 관련 정책이 더는 뒷순위로 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