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25 난리는 난리도 아녀" 물에 잠겨버린 충남 청양·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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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게 없슈. 아직도 물에 다 잠겨 있는데 어찌혀유."
사흘째 내린 폭우로 제방이 무너져내려 물이 범람한 충남 청양군 청남면 주민들은 16일 아침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청남면사무소에서 청소리 마을 이장인 전수병(68)씨에게 필요한 지원이 없는지 물어봤으나, 물에 잠겨 있는 마을을 보던 전씨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청양군은 이날 자정을 기해 '청남면 대흥 배수장 인근 지천 제방 붕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인근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하라는 안전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지역 주민들 150여 명은 인근 청남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했으나 밤새 물이 범람해 마을은 온통 물바다가 됐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80대 주민은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녀. 내가 어쩌자고 이런 꼴을 보게 됐는가.
집에 지금 가지도 못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날이 밝고 비가 그치자 대피소로 모여들었던 주민들은 각자 집으로 가서 상황을 살펴봤지만 대흥리, 인양리, 아산리 마을은 여전히 물에 잠겨 접근할 수조차 없었다.
멜론과 수박 등 비닐하우스 농가가 대부분 물에 잠겨 끝부분만 수면 위로 드러나 있었다.
청남면 대흥리에서 14년째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한상익(71)씨는 이런 피해는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밤새 물이 사과나무 높이만큼 들어찼다가 오전에 물이 빠지자마자 농가를 찾았지만 이미 사과나무는 짓물러진 상태였다.
한씨는 낙심한 표정을 지으며 "뭐 농사는 끝난거쥬. 별 수 있겠어유"라며 짧은 대답으로 속상한 마음을 대신했다.
소 축사들도 물에 잠겨 1천500여 마리의 소가 밤새 물 속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운이 좋아 살아남은 소들은 '음매 음매' 소리를 내며 서글프게 울어댔고, 죽어버린 소 사체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피해 축사 주인은 속상한 마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물 위로 널브러진 집기들을 치우기만 했다.
주민들도 밖으로 나와 다들 물바다가 돼버린 마을을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뉴스를 보고 친척들과 타지에 사는 지인들에게서 연신 전화가 밀려들기도 했다.
"여기 난리 났셔. 역류혀서 우리 논이랑 다 파묻혔어. 비가 앞으로 또 온다는데 어찌야 혀. 내가 미쳐"
마을에서 한평생을 살아왔다는 70대 주민은 "이제까졍 제방 터지는 걸 세 번을 봤어이. 여작 살면서 이게 세 번째여. 댐 방륜지 뭐시긴지 우리 하류 주민들이 피해 보는 건디 그러면서도 (댐을) 방류한 거지"라며 주민들과 이번 일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청양은 지난해 집중호우로 농가 등에 피해가 집중되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곳이다.
지난해 수해로 인한 상처와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 다시 한번 물 폭탄을 맞은 지역 주민들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청양 토박이인 전수병 씨는 "작년 농가 피해 보상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만 했지, 정작 피해 입은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것은 없었다"면서 "작년에도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나 싶었는데, 외양간도 고치기 전에 또 소를 잃게 된 격"이라고 지적했다.
청양 옆 지역인 논산시도 논산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이날 오전부터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소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무너지고 있는 제방을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 긴급 복구작업을 펼쳤지만, 오전부터 다시 시작된 비에 복구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급하게 대피한 듯 불어난 빗물에는 장화가 떠다니고 개집과 비닐하우스가 모두 절반 이상 빗물에 가득 찼다.
성동면 원봉리와 우곤리 일대 제방이 모두 무너지면서 그 모습을 지역주민들도 멀리서 초조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원봉리에서 60년을 살았다는 윤석일(60)씨는 "1987년도에도 물난리가 한 번 나서 제방이 터진 적이 있었는데, 우리 동네에서 이번에 오랜만에 제방이 무너진 걸로 알고 있다"며 "참깨 비닐하우스와 논밭이 다 물에 잠겨버렸다"고 속상해했다.
대피 방송과 재난 문자를 받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걱정돼 다시 마을 주변을 맴돌며 지자체의 긴급 복구작업을 바라봤다.
마을 주민들은 입을 모아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재해였다고 말했다.
전병태 우곤리 이장은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서 (제방을) 다시 막는 공사를 한 거로 알고 있다.
그런데 올해 비가 오니까 막았던 곳에서부터 다시 물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하며 "주민들이 어제부터 제방 무너진다고 계속 말했는데도 예측하고 미리 대비를 못 한 게 아닌가 싶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우곤리에서 18년 살았다는 편옥설(75)씨도 "금강 수압이 높을 때 물이 모래를 뚫고 들어오면서 몇 년 전부터 제방 사고 전조증상이 있었는데, 모래 위에 시멘트를 들이붓는 게 전부였다"면서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샛강을 만들었는데, 주민들은 샛강 위치에 둑을 더 튼튼하게 쌓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충남 청양에 400㎜, 논산(연무)에는 393㎜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연합뉴스
청남면사무소에서 청소리 마을 이장인 전수병(68)씨에게 필요한 지원이 없는지 물어봤으나, 물에 잠겨 있는 마을을 보던 전씨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청양군은 이날 자정을 기해 '청남면 대흥 배수장 인근 지천 제방 붕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인근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하라는 안전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지역 주민들 150여 명은 인근 청남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했으나 밤새 물이 범람해 마을은 온통 물바다가 됐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80대 주민은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녀. 내가 어쩌자고 이런 꼴을 보게 됐는가.
집에 지금 가지도 못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날이 밝고 비가 그치자 대피소로 모여들었던 주민들은 각자 집으로 가서 상황을 살펴봤지만 대흥리, 인양리, 아산리 마을은 여전히 물에 잠겨 접근할 수조차 없었다.
멜론과 수박 등 비닐하우스 농가가 대부분 물에 잠겨 끝부분만 수면 위로 드러나 있었다.
청남면 대흥리에서 14년째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한상익(71)씨는 이런 피해는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밤새 물이 사과나무 높이만큼 들어찼다가 오전에 물이 빠지자마자 농가를 찾았지만 이미 사과나무는 짓물러진 상태였다.
한씨는 낙심한 표정을 지으며 "뭐 농사는 끝난거쥬. 별 수 있겠어유"라며 짧은 대답으로 속상한 마음을 대신했다.
소 축사들도 물에 잠겨 1천500여 마리의 소가 밤새 물 속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운이 좋아 살아남은 소들은 '음매 음매' 소리를 내며 서글프게 울어댔고, 죽어버린 소 사체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피해 축사 주인은 속상한 마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물 위로 널브러진 집기들을 치우기만 했다.
주민들도 밖으로 나와 다들 물바다가 돼버린 마을을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뉴스를 보고 친척들과 타지에 사는 지인들에게서 연신 전화가 밀려들기도 했다.
"여기 난리 났셔. 역류혀서 우리 논이랑 다 파묻혔어. 비가 앞으로 또 온다는데 어찌야 혀. 내가 미쳐"
마을에서 한평생을 살아왔다는 70대 주민은 "이제까졍 제방 터지는 걸 세 번을 봤어이. 여작 살면서 이게 세 번째여. 댐 방륜지 뭐시긴지 우리 하류 주민들이 피해 보는 건디 그러면서도 (댐을) 방류한 거지"라며 주민들과 이번 일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청양은 지난해 집중호우로 농가 등에 피해가 집중되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곳이다.
지난해 수해로 인한 상처와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 다시 한번 물 폭탄을 맞은 지역 주민들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청양 토박이인 전수병 씨는 "작년 농가 피해 보상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만 했지, 정작 피해 입은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것은 없었다"면서 "작년에도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나 싶었는데, 외양간도 고치기 전에 또 소를 잃게 된 격"이라고 지적했다.
청양 옆 지역인 논산시도 논산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이날 오전부터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소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무너지고 있는 제방을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 긴급 복구작업을 펼쳤지만, 오전부터 다시 시작된 비에 복구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급하게 대피한 듯 불어난 빗물에는 장화가 떠다니고 개집과 비닐하우스가 모두 절반 이상 빗물에 가득 찼다.
성동면 원봉리와 우곤리 일대 제방이 모두 무너지면서 그 모습을 지역주민들도 멀리서 초조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원봉리에서 60년을 살았다는 윤석일(60)씨는 "1987년도에도 물난리가 한 번 나서 제방이 터진 적이 있었는데, 우리 동네에서 이번에 오랜만에 제방이 무너진 걸로 알고 있다"며 "참깨 비닐하우스와 논밭이 다 물에 잠겨버렸다"고 속상해했다.
대피 방송과 재난 문자를 받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걱정돼 다시 마을 주변을 맴돌며 지자체의 긴급 복구작업을 바라봤다.
마을 주민들은 입을 모아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재해였다고 말했다.
전병태 우곤리 이장은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서 (제방을) 다시 막는 공사를 한 거로 알고 있다.
그런데 올해 비가 오니까 막았던 곳에서부터 다시 물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하며 "주민들이 어제부터 제방 무너진다고 계속 말했는데도 예측하고 미리 대비를 못 한 게 아닌가 싶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우곤리에서 18년 살았다는 편옥설(75)씨도 "금강 수압이 높을 때 물이 모래를 뚫고 들어오면서 몇 년 전부터 제방 사고 전조증상이 있었는데, 모래 위에 시멘트를 들이붓는 게 전부였다"면서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샛강을 만들었는데, 주민들은 샛강 위치에 둑을 더 튼튼하게 쌓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충남 청양에 400㎜, 논산(연무)에는 393㎜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