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집중호우 2배' 이상 거센 비…곳곳서 일 최대강수량 경신
차고 건조 vs 따뜻하고 습한 공기 충돌로 강한 비구름대 발달
'단기간에 좁은 지역' 폭우 패턴…갈수록 강도 세질 전망
작년 이어 올해도 휩쓴 '극한호우'…피해 더 커질까 우려
63㎜(충남 공주시 정안면), 76.5㎜(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63.5㎜(경남 통영시 사량면), 48㎜(전북 군산시 어청도), 63㎜(전북 부안군 위도면).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전국 639개(2022년 기준)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설치지점 중 시간당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즉 비가 가장 거세게 내린 곳의 기록이다.

보통 1시간 강수량이 30㎜를 넘으면 '집중호우'라고 부르는데 이보다 2배 이상 강한 비가 매일 어딘가에 쏟아지고 있다.

특히 11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시간당 강수량은 올여름부터 기상청 긴급재난문자 발송 대상에 들어간 '극한호우' 기준을 충족했다.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지난해 8월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같이 '상식과 경험을 뛰어넘는 극단적 폭우'가 발생할 때 피해를 줄이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는데 도입되자마자 발송 사례가 나왔다.

'극한호우의 시대'에 사는 것이다.

작년 이어 올해도 휩쓴 '극한호우'…피해 더 커질까 우려
◇ 극한호우의 시대…내렸다 하면 기록 경신
'극한호우'라는 용어 자체는 기상청이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를 동시에 충족할 경우)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용어다.

단순히 강수량 총량이 많은 것이 아니라 '매우 짧은 시간에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극단적인' 비가 쏟아지면서 이러한 개념을 도입했다.

지난해 중부지방 집중호우 때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한 시간 동안 141.5㎜의 비가 쏟아졌는데, 비공식이긴 하지만 서울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치였다.

이러한 패턴은 올해 장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비가 가장 쏟아진 곳은 충남 청양군 정산면으로 오전 3시 48분부터 1시간에 51㎜ 비가 내렸다.

전북 군산시와 경북 문경시에는 14일 하루에만 비가 372.8㎜와 189.8㎜ 내렸는데, 이 역시 해당 지역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일강수량 역대 최고치다.

전북 전주시(14일 일강수량 251.5㎜)와 부안군(194.5㎜), 충남 서산시(208.1㎜)와 금산군(195.1㎜)에서는 '7월 일강수량 최고치'가 경신됐다.

작년 이어 올해도 휩쓴 '극한호우'…피해 더 커질까 우려
◇ '매우 많고 강한 비' 몰고 온 원인은
이러한 폭우 원인은 한반도 북쪽에 자리한 저기압 뒤에서 부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부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비구름대를 잘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건조한 공기가 습한 공기 밑을 파고들면서 습한 공기가 급상승했고 이에 비구름대가 높은 고도까지 만들어졌다.

이는 곧 '매우 많고 매우 강한 비'로 이어졌다.

북태평양고기압과 몬순 기압골 때문에 지상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지속해서 유입되고 대기 상층으로는 북쪽 저기압 때문에 한랭건조가 들어오는 상황은 비의 재료도, 비를 만들 조리도구도 모두 갖춰진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장마철은 올해처럼 이름값을 하는 때도 있지만 재작년처럼 단 17일에 그치고 지나갈 때도 있는 등 '들쑥날쑥'이다.

이제 장마라는 표현을 포기하고 다른 용어를 찾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다만 통계적으로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정체전선에 저기압이 동반돼 장맛비가 내리는 경우'가 최근 증가세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체전선상에 저기압이 발달하면 폭우가 늘어나게 된다.

작년 장마철이 대표적이다.

'저기압을 동반한 정체전선'이 지난해 장마철 주로 중부지방만 통과하면서 중부지방 장마철 강수량은 398.6㎜에 달했지만, 남부지방은 202.3㎜에 그쳐 두 지방 강수량 차가 매우 크게 났다.

작년 이어 올해도 휩쓴 '극한호우'…피해 더 커질까 우려
◇ 기후변화로 극한 현상 늘어…피해 커질까 우려
모든 극한 기후 현상과 마찬가지로 '극한호우'도 기후변화로 늘어나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1시간 강수량 50㎜와 3시간 강수량 90㎜ 모두 달성)에 부합하는 비는 2013년 48건에서 2017년 88건, 2020년 117건, 작년 108건 등 연평균 8.5%씩 늘어나고 있다.

미래에도 호우의 강도는 세질 전망으로 기상청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이번 세기 후반기(2081~2100년) 연강수량은 3~18% 증가하고 강수일은 5.6~6일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많은 비가 더 적은 날에 온다는 것으로 집중호우가 증가한다는 의미다.

작년 6월에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점을 둬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도시 위주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경우'(SSP5-8.5)에는 '100년 만에 한 번 오는 수준'을 말하는 100년 재현빈도 극한강수량이 현재(2000~2019년) 187.1~318.4㎜(일누적강수량)인데 2040년(이번 세기 전반기)까지 208.5~492.7㎜, 금세기 후반기까지 257.9~630.2㎜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환경연구원은 SSP5-8.5를 적용 시 연중 최다 일강수량(1일 최다강수량)이 근미래(2020~2049년)에 현재보다 8.5% 증가한 146.2㎜, 중미래(2050~2079년)와 먼미래(2080~2099년)에 각각 현재와 비교해 23.2%와 36.1% 많은 165.9㎜와 182.9㎜로 늘어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 기상 현상으로 인한 피해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이날 예보 브리핑에서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추가 피해 예방을 당부했다.

작년 이어 올해도 휩쓴 '극한호우'…피해 더 커질까 우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