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하나의 제시문을 요약하는 방법에 대해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다수의 제시문을 통합적으로 요약하는 요령을 알아보겠습니다.

예) 아래 세 제시문의 내용을 통합적으로 정리하시오. (서강대 23모의 기출지문 활용)

[가] 우리 사회에서 상당수가 이들과 같은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은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계속돼 무기력증이나 불안감, 우울감이 생기는 현상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번아웃에서 탈출하기 위해 제주 한 달 살기와 같은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일상에서 의도적으로 쉼을 찾고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의 리스트를 만들며 회복탄력성을 키우라고 강조한다. (중략)

20대는 번아웃을 느끼는 이유로 남들과의 비교(39.8%)와 완벽주의적 성향(35.0%)을 가장 많이 꼽았다. 30대에서는 성공에 대한 압박(35.5%)을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MZ세대가 조기교육과 입시, 취업의 무한 경쟁에 노출되면서 과거에 비해 번아웃을 빨리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설문 응답자인 A씨(26)는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면서 취업에 성공한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게 됐고 늘 무기력한 상태가 됐다”고 했다. 사무직 여성 B씨(32) 역시 “비전이 없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소화불량과 만성피로가 왔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2022.7.12.

[나]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지니계수가 있듯이 유사한 산출방식으로 ‘행복지니계수’도 구할 수 있다. 외국의 여러 행복 실증연구는 행복지니계수가 소득지니계수의 절반 정도라고 보고한다. 이에 비춰보면 2016년 유엔 행복보고서에 나타난 한국의 ‘행복평등 96위’(총 157개국)는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소득의 성장과 분배 구조에 비해 행복 총량의 분배 구조가 훨씬 더 나쁜 상태이다. (중략)

한국의 행복 불평등은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다. 유엔 행복보고서의 ‘삶의 만족도’를 보면, 개별 응답자들의 만족도가 국민 전체 평균(척도 10점 만점)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정도인 표준편차는 한국(2.16점), 중국(1.99점), 일본(1.88점) 순이다.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에서의 격차가 우리 사회 내부에 크게 벌어져 있는 것이다. - 한겨레 2016.11.4.

[다] 우리 노동시장에서는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높은 반면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임금근로자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음에도 이들의 임금, 근속기간 등 근로조건이 대기업 근로자에 비해 열악하며 그 격차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청년들은 구직기간이 길어지더라도 대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며, 또 중소기업에 취업하더라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은 실정이다. 즉,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임금 격차도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해 중소기업, 비정규직, 무(無)노조로 대변되는 2차 노동시장 진입을 기피하고, 대기업, 정규직, 유(有) 노조로 대변되는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직업 탐색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노동시장이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 근로조건에서 질적 차이가 있는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있고, 두 시장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적으로 정리하거나 요약하려면 제시문 간 관계를 잘 살펴야 합니다. 제시문들은 인과적 선후관계를 갖거나, 대등한 관계에 놓인 원인, 결과, 혹은 대안 등입니다. 위 제시문들의 관계는 어떤가요? [가] 제시문에서는 개인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가 겪는 문제를 진단하고 있습니다. 맹목적인 경쟁적 시스템하에서 많은 사람이 불행함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죠. [나] 제시문은 행복의 격차, 즉 한국 사회의 격차와 불평등이 소득 격차와 같은 외적 불평등에서 멈추지 않고 행복과 같은 주관적 요소로까지 퍼져나가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가]와 [나]는 둘 다 문제를 지적하는데, 한쪽은 개인적 측면을 다룬다면 한쪽은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네요.

한편 [다] 제시문에서는 노동시장의 왜곡 문제가 드러납니다. 대기업으로만 쏠리면서 실업과 일손 부족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크게 분류하면 [나]와 [다]가 상대적으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짚고 있는 것 같죠? 혹은 [가]와 [나]를 묶어서 [다]와 분류해 한쪽은 주관적 측면, 한쪽은 객관적 측면으로 정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논리적 관계를 읽어내는 것은 유기적인 통합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선행 작업이지만, 틀에 박힌 답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여러분의 능동적 사유로 자신있게 설명해 보세요.

위처럼 정리했다면, 다시 종합해서 결론을 내려봅시다. 여기서 설명하는 문제들은 경쟁에 내몰린 한국 사회에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귀결인 것 같습니다. 서로 비교하고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면서 누구나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각자를 경쟁사회로 내모는 셈입니다. 즉 제시문들은 인간의 근본적인 목적인 ‘행복’으로부터 정반대로 거세게 달려가는 위기의 한국 사회를 다양한 측면에서 진단하고 있네요. 이에 대해 두괄식으로 답을 정리해볼까요?

제시문 [가]~[다]의 종합 : 제시문 [가]~[다]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경쟁으로 내몰린 한국 사회에서 개인과 사회 모두 목적을 잃어버린 채 잘못된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제시문의 논의 순서도 정해봅시다. 제시문 [가]를 개인적 문제로, [나]와 [다]를 사회적 문제로 나눠 본다면, 개인과 사회의 논의 순서는 어떻게 만드는 것이 조리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저는 사회적 문제, 즉 경쟁과 성과주의 사회로 ‘무조건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더 좋은 곳으로’ 올라서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내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조리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제시문의 순서를 아래와 같이 잡아볼 수 있겠지요?

[다] : 한국 노동시장의 왜곡 문제
[나] : 삶의 주관적 만족도 격차 문제
[가] : 개개인의 겪게 되는 불행 문제

그럼 위의 사전 정리에 기반해 요약문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사례) 제시문 [가]~[다]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경쟁으로 내몰린 한국 사회에서 사회 구조와 개인 모두 목적을 잃어버린 채 잘못된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다. 우선 사회 구조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노동시장의 왜곡 문제를 들 수 있는데, [다]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는 대기업으로 구직이 몰리면서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일손 부족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노동 인력이 남으나 일자리는 부족한 외적 모순은 경쟁으로 함몰된 시장이 오히려 효율성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외적 모순과 부조리는 [나] 제시문에서 볼 수 있듯 내적인 문제로까지 파급된다. 한국의 행복분배구조는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한·중·일 3국 중에서도 심각한데, 이는 물질적 측면의 경쟁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다수의 실업 및 도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사회적 문제가 [가]의 번아웃 증후군과 같은 개개인의 피로로 다가온다. 늘 비교하고 경쟁하는 사회에서 현재 어느 위치에 있든 만족할 수 없고 끝없이 성과에 시달려야 하므로, 성과와 경쟁지상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피폐해지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