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중심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백아트 서울, 추미림 개인전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가 우리의 일상과 사회 전반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추미림(41) 작가도 당시 사태 여파로 주차장 정산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차를 빼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웹과 데이터 기술 전반을 주제로 작업해 온 작가는 그날 느꼈던 것들을 작업으로 옮기기로 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화동 백아트 서울에서 시작한 추미림 작가의 개인전은 그렇게 시작된 작업의 결과물들을 통해 '데이터 중심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자리다.

전시 제목 '카오스 콩'은 시스템 운영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키는 일을 가리키는 '카오스 몽키'의 최상위 단계를 의미하는 '카오스 콩'에서 따왔다.

작가는 스스로 '카오스 콩'이 되어 2001년부터 외장하드와 클라우드 등에 저장하고 백업해 온 작업 데이터들을 다시 살폈고 이를 새로운 데이터로 재해석했다.

초기 아이콘 디자이너로 일할 당시 만들었던 아이콘들, 영상 작업이나 대체불가토큰(NFT) 작품의 스크린샷 등을 평면 회화로 옮겼다.

디지털로 존재했던 데이터들을 평면으로 옮기는 작업은 컴퓨터를 중심에 두고 일하며 데이터가 유실될까 늘 전전긍긍했던 작가에게 또 다른 '백업'이기도 했다.

작가는 동시대 일상적 환경을 '웹과 도시'로 규정한다.

픽셀과 그리드(격자)를 중심으로 구현된 작품 속 데이터들의 모습은 마치 도시의 빌딩숲 같기도 하다.

전시는 8월12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