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인스타그램 chae.m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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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고단한 몸을 지하철에 싣는 늦은 밤, 지하철 의자에 더럽게 묻은 남의 토사물을 묵묵히 닦는 청년이 포착돼 화제다. 모두가 앉아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때, 남들을 위해 봉사하는 이 청년의 모습은 시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청년의 모습은 지난 7일 오후 11시 20분께 서울 지하철 6호선에서 목격됐다. 이 영상은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시민 A씨가 청년의 모습을 보고 감동해 찍어 올렸다.

영상을 보면 이 청년은 다른 승객들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에 묻은 오물을 가지고 있던 휴지를 이용해 벅벅 닦아낸다. 의자 위에는 이미 닦은 휴지들이 한 움큼 쌓여있다.
출처=인스타그램 chae.m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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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년은 자신이 휴지로나마 수습한 자리에 다른 승객들이 앉으려고 하자 친절하게 토사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다른 자리로 안내했다고 한다. 이후 목적지인 합정역까지 그 자리에 앉아 왔다고.

"손을 닦으라"며 청년에게 물티슈를 건넸다는 A씨는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에 정말 가슴 따뜻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그 청년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왠지 이 청년의 앞날은 반짝반짝 빛이 날 것 같다"고 전했다.

영상을 접한 시민들은 "(저 학생의) 부모님이 궁금하네요. 어찌 키우셨나요. 이쁜 사람", "참 감사하게 되는 영상", "얼마나 잘 크려고 이렇게 마음이 선하고 생각이 바른 것인가", "아이고 기특하다", "대체 가정교육을 얼마나 잘 받아야 저렇게 클 수 있는 건가" 등 감탄과 칭찬을 쏟아냈다.
지하철 내 토사물을 치우고 있는 직원의 모습. / 사진=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내 토사물을 치우고 있는 직원의 모습. / 사진=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0∼2022년 3년간 지하철에서 토사물로 인해 접수된 민원은 1만3928건이다. 2020년 4200건, 2021년 4669건, 2022년 5059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13.8건이 신고된 셈이다

요일별로 보면 금요일에 2621건으로 가장 신고가 많았는데, 회식 등 술자리가 많아 집중된 것으로 공사는 추정했다. 시간대는 오후 9시 이후가 69.4%를 차지했다. 오후 9시부터 신고가 급증해 오후 10시에 신고가 가장 많았다.

토사물은 악취가 나고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이용객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매년 역사 내에서 보행 중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뛰어가던 승객이 토사물을 미처 보지 못하고 밟아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고 공사는 설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음주문화가 다시 활성화돼 이로 인한 문제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며 "공사의 노력과 함께 고객들이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지하철을 이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