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사임으로 재판 중단…특검법 개정으로 검찰이 승계
法, 서울고검장 공소유지 요구했지만 특검 파견 검사에 위임키로
김기춘 '블랙리스트' 파기환송심 우여곡절 2년반 만에 재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사임으로 멈춰 섰던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파기환송심이 2년 반 만에 재개됐다.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 박원철 이의영 부장판사)는 1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상대로 한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을 열고 공판 갱신 절차를 밟았다.

첫 재판은 2021년 1월이었다.

이후 같은 해 7월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박 전 특검이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에 휘말려 사임하는 돌발변수로 더는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특검법 일부 개정으로 '상고심 판결이 선고됐으나 확정되지 않은 채 특검이나 특검보가 모두 궐위된 때는 해당 사건을 관할 검찰청 검사장에게 승계한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공소유지 주체가 특검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계되면서 다시 재판이 열리게 됐다.

재판부는 서울고검장이 직접 재판정에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지난해 9월 김후곤 당시 고검장이 퇴임한 뒤 현재까지 노만석 차장검사가 직무대리로 일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검찰총장, 각 검사장 등은 소속 검사가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7조의2 직무 위임 규정을 근거로 과거 특검에 파견됐던 김일권·남철우 검사를 공소 유지 담당 직무대리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검사장이 (재판에) 나오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피고인도 직무대리 검사가 공소 유지를 하는 것에 이견이 없으므로 그렇게 진행하겠다"고 허용했다.

재판부는 내달 30일 다시 재판을 열어 심리 방향과 증거 채택 여부 등을 결정한다.

김 전 실장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의 이름과 지원 배제 사유를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지원 배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징역 4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조 전 수석도 1심에서는 위증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직권남용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0년 1월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을 이유로 들어 사건을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김기춘 '블랙리스트' 파기환송심 우여곡절 2년반 만에 재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