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 투자자들 '비상'…'온플법'이 돌아온다
아마존 주가 올해 53%, 메타 146% 급등
국내 플랫폼주들은 ‘온플법’에 발목
민주당, 9월 입법 처리 예고
네이버·카카오 등 중장기 전망 어두워

올들어 코스피 지수가 15.12.% 상승하는 등 국내 증시의 회복세가 완연하다. 이 와중에도 웃을 수 없는 투자자들이 있다. 코로나19 당시 국내 증시 상승장의 선두에 섰던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에 투자한 이들이다.

11일 카카오는 2년 전 고점(2021년 7월 9일 16만500) 대비 67.85% 폭락한 5만160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서도 2.82% 떨어졌다. 네이버는 올들어 13.80% 상승해 다소 상황이 낫지만, 마찬가지로 2년 전 고점(2021년 7월 23일 45만2000원) 대비 55.30% 급락했다. '서학개미'들이 탐닉했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쿠팡은 상장 당일(48.47달러)로 출발했다가 일 년 만에 17달러대로 주저앉으며 60% 넘게 빠졌다. 지금도 17달러대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해외 플랫폼주와는 엇갈리는 움직임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주 가운데 아마존은 연초 대비 53.30%, 메타는 146.87%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플랫폼주의 가격을 짓누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을 꼽는다.

온플법은 발의 후 2년째 계류된 법안이지만, 2년째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뜨거운 감자’기도 하다. 여기에 국회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9월 입법 처리를 예고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주의 중장기적 전망이 또다시 어두워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온플법은 '플랫폼판 공정거래법'

현재 국회에는 총 18개의 온플법 관련 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이 가운데 정부안으로 지칭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21년 1월에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플랫폼 기업 규제 등 '공정경제'가 화두였던 시기 발의됐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유통시장의 급성장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온라인 플랫폼 의존도가 심화됐다고 봤다. 여기서 플랫폼이 규모와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우월적 지위를 획득하지만, 단순히 '판을 깔아주는' 플랫폼 기업의 성격상 기존의 대규모요통업법이나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 등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인 온플법이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개요
  • 악재 예상 기업: 네이버, 카카오
  • ▶발의: 정부(공정위) 윤영덕 서영교 백혜련 박주민 이동주 양정숙 배진교 오기형 윤두현 성일종 민병덕 민형배 김병욱 전혜숙 송갑석
  • ▶어떤 법안이길래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와 이용자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작성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도록 함
    =사업자는 이용자와의 계약을 해지할 때 30일 이전에 통지해야 함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사용해 이용자에게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하도록 강제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강요하는 행위를 볼공정거래로 규정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하고, 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분쟁조정 기능을 보여.
  • ▶어떻게 영향 주나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배달의 민족, 요기요, 야놀자, 여기어때 등 중개수익 1000억원 이상 혹은 중개거래 금액 1조원 이상 기업이 대상
    =온라인 플랫폼 업체가 이용자에게 불공정거래를 행했을 때 매출의 일정 부분을 과징금으로 부과. 일각에서는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까지 거론.
    =플랫폼 사업자는 거래계약서를 통해 콘텐츠의 노출 방식과 노출 순서를 결정하는 기준, 즉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플랫폼 내 이용자의 문제 행위(가품 판매 등)에 대해 플랫폼도 책임을 져야 함.
    =플랫폼 사의 수수료 결정에 하방 압력 작용.

온플법에는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의 갑을 관계를 규제하는 것과,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라는 2개의 축이 있다. 우선 정부안은 중개수익 100억원 혹은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인 플랫폼이 기업과 계약을 맺을 때 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했고, 계약서에 반드시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노출되는 기준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논란이 이어지자 규제 대상 플랫폼 사업자의 기준을 중개수익 1000억원, 중개거래금액 1조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택시호출 카카오T블루
카카오모빌리티 택시호출 카카오T블루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도 구체화됐다. 정부안은 기존 공정거래법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플랫폼이 특정 서비스에 대한 구입을 강제하거나, 자신들에게 이익을 강요 혹은 불이익을 회피하는 것을 금지했다. 여기에 경영간섭 및 부당한 손해전가도 불공정거래로 간주됐다.

요컨대 플랫폼이 기업에게 상품노출 기회를 높이기 위해 광고비 사용을 유도하거나, 특정 판매자들에게 할인쿠폰 지급을 강요하거나, 타 플랫폼 사용을 금지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되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채널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물건을 납품받거나, 특정 기업 혹은 상품을 플랫폼에 등록할 것을 요구하는 모든 행위도 규제 대상이다. 불공정거래행위가 확인되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의 모든 자료 제출명령에 대해 반드시 응해야 한다.

"알고리즘 공개하고 매출 10% 과징금? 사업 접으라는 것"

플랫폼 사업자들은 온플법 입법 논의가 시작된 이후 꾸준하게 반대 의견을 개진해왔다. 플랫폼에 대한 차별 대우와 과도한 과징금, 알고리즘 노출을 통해 영업비밀 유출 우려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주요 플랫폼 사업자가 기존 법령으로 규제를 받고, 처벌까지 이뤄지는 상황에서 온플법을 별도로 제정하는 것은 이중규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과거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블루'와 구글의 앱마켓 '구글 플레이'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과징금 규정도 논란거리다. 과징금 한도가 존재하는 공정거래법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공정위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후속 온플법 법안에는 플랫폼이 전 세계에서 거둔 연간 매출의 10%를 부과하는 조항이 들어갈 전망이다. 공정위는 위법행위가 적발된 기업에 대해 서비스 임시중지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 "사업을 접으라는 것"이라며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온라인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인 알고리즘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내용도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중개사업자가 판매량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한 알고리즘이 공개된다면 그것만으로 공개사업자는 경쟁수단이 사라지게 된다"며 "설사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영업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법률로 공개 대상과 비공개 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기업과 국가 간의 형평성 문제 역시 제기된다. 온플법의 모태로 알려진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은 구글과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의 자국 시장 침탈을 규제하려는 취지와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온플법은 통과되더라도 조사의 수월성 등의 이유로 국내 플랫폼 기업이 주된 규제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 국내 기업들을 옥죄는데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알쏭달쏭 정부여당, 반드시 잡는다

온플법은 2021년 정부의 의지와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의석에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규제의 주무부처를 두고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밥그릇 싸움'을 펼치면서다. 당시 방통위는 기업과 플랫폼의 관계를 규정하는 공정위 안에서 나아가 소비자와의 관계까지 규제하는 자체안을 전혜숙 민주당 의원을 통해 우회 입법하기도 했다.

2년 넘게 국회에 잠들어 있던 온플법이 다시 불붙은 것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의 성장 동력을 제약하는 '킬러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공정위도 온플법을 당장 제정하기보다는, 플랫폼 업계의 자율 규제 기조를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을 세웠다.

정부·여당의 기조가 바뀌자 국회 다수석을 쥔 야당은 온플법 제정을 천명하며, 이를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은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사의 갑질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다음달 중 온플법 당론안을 정리하고, 9월부터 정무위에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선 막상 법안의 논의가 시작되면 정부·여당도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플랫폼과 입점사의 갑을 관계 규정은 자율규제에 맡기면서도, 불공정거래 측면에서는 주무 부처 자리를 방통위·과기부 등에 뺏기지 않기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여당 역시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오류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고,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관련해 비판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사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