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형 엠아이텍 대표가 지난달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국제소화기내시경포럼(IDEN) 내 부스에서 제우스IT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박진형 엠아이텍 대표가 지난달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국제소화기내시경포럼(IDEN) 내 부스에서 제우스IT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엠아이텍의 제품은 하나하나 손으로 엮어 만듭니다. 그래서 견고하고 형태도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죠. 다양한 소화기관에 사용할 수 있어 엠아이텍 제품을 찾는 의료진이 많습니다.”

박진형 엠아이텍 대표는 최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약물방출형 스텐트와 생분해성 스텐트도 2~3년 안에 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손으로 엮은 스텐트…다양성이 경쟁력

엠아이텍은 한국과 일본에서 비혈관 스텐트 점유율 1위 기업으로, 현재 107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비혈관 스텐트는 식도, 내장, 담관 등이 좁아지거나 폐색되는 경우 이용하는 의료기기다. 담도폐쇄증 환자나, 식도나 소화기관에 종양이 생겨 음식 섭취에 문제가 생긴 환자에게 시술한다. 엠아이텍은 1991년 국내 최초로 비혈관 스텐트를 개발하고, 국내 시장에서 외국산 스텐트를 대체하며 사업을 키워나갔다.

박 대표는 “엠아이텍 제품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엮어 시술 부위에 맞춤으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수작업으로 스텐트를 제작하면 공장에서 만드는 스텐트보다 원가가 상승한다는 요인이 있다. 다만 기계로 제작하는 스텐트 와이어는 각각의 가닥을 격자무늬로 교차(크로스)해 만들어 탄성이 있지만, 손으로 엮으면 와이어끼리 이음 고리(훅)를 만들 수 있어 스텐트가 더 부드럽게 움직인다.

십이지장, 소장, 대장, 담관 등은 구불구불한 형태를 띠고 있어 유연한 스텐트가 시술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탄성이 강한 스텐트는 시술한 위치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심각한 경우 스텐트가 튀어 나가 장기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반면 엠아이텍의 스텐트는 장기에서 움직이지 않고 시술한 위치를 잘 유지한다.

박 대표는 “의료진이 직접 시술하다 보면 ‘이런 모양의 스텐트가 있으면 더 편하겠다’는 식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손으로 엮으면 미세한 요구를 반영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외에서 엠아이텍과 함께 제품을 개발한 의사들이 해외 학회서 우리 제품이 다양한 시술에 편리하다는 내용을 해외 의사들에게 알리기도 한다”며 “의료진과 동반성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생분해성 스텐트도 내놓을 것”

엠아이텍은 의료진과 다양한 스텐트 제품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판매를 시작한 ‘제우스 IT’도 일본 다카오 이토이 도쿄의과대 교수와 함께 개발했다. 제우스 IT는 췌장 가성낭종 및 담낭을 전기로 지진(소작) 뒤 흘러내리는 췌장액을 빼내는 배액 스텐트다. 의료진이 한손으로 들고 시술할 수 있다는 ‘편리성’에 큰 장점이 있다.

기존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도 내놓고 있다. 주력 제품인 ‘멀티홀 스텐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담관용 스텐트다. 기존 담관용 스텐트는 크게 스텐트 주변을 실리콘 등으로 감싼 피막형과 감싸지 않은 비피막형 두 가지로 나뉜다. 피막형은 조직과의 마찰이 적어 스텐트를 고정시키기 어렵고, 비피막형은 스텐트 와이어의 틈 사이로 조직이 돋아난다는 단점이 있었다. 멀티홀 스텐트는 스텐트 표면을 감싼 실리콘에 수많은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담즙이 스텐트의 주 통로 외에 이 구멍들로도 동시에 빠져나오도록 한 것이다. 피막형과 비피막형의 중간 단계로 각각의 단점을 보완했다.

엠아이텍은 2~3년 안에 약물방출형 소화기계 스텐트와 생분해성 소화기계 스텐트도 내놓을 예정이다. 박 대표는 “환자마다 다르지만 소화기계 스텐트를 삽입하면 보편적으로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교체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며 “생분해성 스텐트를 쓰면 스텐트 교체에 쓰이는 환자의 시간과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 보스턴사이언티픽과 협력은 계속

비혈관 스텐트 글로벌 1위 기업인 미국의 보스턴사이언티픽이 엠아이텍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지난 5월 무산됐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 ‘경쟁 제한성’을 이유로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들은 두 업체가 합병하면 각 국가에서 과점 수준의 점유율을 보여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너사로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질 예정이다. 박 대표는 “보스턴사이언티픽은 일본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엠아이텍과 영업 제휴를 맺고 있다”며 “양사가 협력해야 한다는 니즈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 무산 이후 엠아이텍의 모기업 시너지이노베이션은 엠아이텍 지분 9.9%를 보스턴사이언티픽에 매각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던 인수합병이 제한됐지만 다른 형태로 협력할 방법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