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타투의 예시.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반려견 타투의 예시.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문신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 문신 시술은 대부분 불법이다. 비의료인이 문신을 시술할 경우 불법으로 간주하기 때문. 이 탓에 각종 우려와 잡음이 뒤엉키고 있다.

과거에만 해도 문신은 '조폭'의 상징으로 꼽혔다. 등을 포함한 몸 전체를 뒤엎어 위협감을 조성한다는 데다, 일반인들이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문신이 아닌 영어식으로 읽는 '타투'라는 단어로 가족이나 반려견 등 소중한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을 몸에 새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인의 좌우명과 가치관 등을 반영한 문구를 레터링 형식으로 몸에 새기는 이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9일까지 한 달간 '타투'와 관련된 긍정 비율은 61.6%, 부정 비율은 36.1%를 차지했다. 타투와 관련돼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로는 '새롭다'가 428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고민'(269건), '새로운 마음'(13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웨이브 오리지널로 방영된 국내 최초 시추에이션 타투 다큐멘터리 '더 타투이스트'의 한 장면. /사진='더 타투이스트' 화면 캡처
웨이브 오리지널로 방영된 국내 최초 시추에이션 타투 다큐멘터리 '더 타투이스트'의 한 장면. /사진='더 타투이스트' 화면 캡처
얼마 전 여름을 맞아 본인이 키우던 반려견의 얼굴을 팔에 새기고 왔다는 20대 직장인 유모 씨는 "원래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는데, 소중한 존재를 기록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을 오래 기록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최모 씨도 "수천번의 고민 끝에 발목에 좌우명을 적고 왔다"며 "주변 회사 동료 중에서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신체 부위에 작은 크기의 타투를 새기거나, 고민하는 이들을 종종 봤다"고 말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타투와 관련된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내 '타투' 관련 게시물은 447만개를 달성했으며, 20~30대 여성들 사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반려견 타투'는 관련 게시물만 총 11만6000개에 달한다. 각종 방송에서도 연예인과 아이돌 등도 거리낌 없이 타투 등을 노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타투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지난해 말 웨이브 오리지널 국내 최초 시추에이션 타투 다큐멘터리 '더 타투이스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타투가 가지는 '치유와 위로의 힘'에 집중하며, 일반인들이 각자의 사연으로 타투를 하게 된 이유 등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받은 타투 시술 현장. /사진=류호정 페이스북 캡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받은 타투 시술 현장. /사진=류호정 페이스북 캡처
타투의 인기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들이 타투를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문화 장르' 중 하나로 여기게 된 영향 때문으로 풀이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18년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타투 관련 인식 조사'한 결과, 응답자 70.9%는 '타투에 대한 인식은 과거보다 많이 관대해졌다'고 답했다. '타투는 자신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는 52.9%로 적지 않은 수치를 기록했다.

타투가 점차 대중화되는 흐름을 보이자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도 '타투 합법화'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생겨났다. 지난 2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팔에 '42299'(타투이스트 한국표준직업 분류 직업코드)를 새겼다고 밝혀 큰 화제를 모았다. 류 의원은 "'세계 유일의 타투 불법 국가' 대한민국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 51%, 20대는 81%, 30대는 64%, 40대도 60%가 타투 합법화에 찬성한다"며 "대한민국의 타투, 반영구화장 시술자는 약 35만명, 타투와 반영구화장 등 이용자는 1300만명에 달한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타투 합법화'를 주장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받은 타투. /사진=류호정 페이스북 캡처
'타투 합법화'를 주장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받은 타투. /사진=류호정 페이스북 캡처
관련법이 입법되기 전까진 의사 면허가 없는 타투이스트의 문신 시술 행위는 불법이다. 1992년 대법원은 타투 시술 의료행위와 관련, 의료인이 아닌 자가 하는 타투 시술 불법(의료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의료면허 없음에도 문신 시술을 할 경우 불법 의료 행위로 간주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타투는 살갗 뚫어 색소 주입하는 '인체 침습 행위'에 해당하는데, 이를 의료인 하지 않으면 이용자의 생명과 신체, 공중위생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게 의료인들의 입장이다.

최근 들어서는 류 의원뿐만 아니라 타투에 대한 인식 개선 또는 합법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나 지자체 등 방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해결이 미미하다.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문신·반영구화장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관련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으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고, 이후 지난달 28일 국회 보건복지 위원회서 법안심사소위 열고 '타투업법'을 포함한 문신 관련 법안 8개 상정을 논의했으나, 여전히 결론 내리지 못한 상태다.

아울러 타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무분별하게 시술되는 타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지속 제기된다. 지난달 말 유튜브 채널 '레드 와이키키'에는 안치원 타투이스트가 출연해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타투를 받은 뒤, 염증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결국 팔을 절단한 한 중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타투이스트들을 향해 "'설마 내가 이렇게 했는데 되겠어?'라는 생각은 가져서는 안 된다"면서도 "타투이스트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