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지구대 소속 경찰들, 기지국 위치 조회해 고액 사기 피해 막아
경찰 "미끼 문자, 악성 앱 등 주의…기관 사칭형 전화 경계" 당부
검찰 사칭에 홀린 듯 "대출해달라"…순식간에 통장 잔액 '0원'
"핸드폰 끊고 이리 주세요.

빨리 주세요.

"
강원 횡성군 한 식당 앞 도로에서 경찰들이 통화 중이던 한 남성의 휴대전화를 다급히 빼앗았다.

60대 A씨는 "1천만원 대출받으려고 하는데…. 검찰청에서…."라는 말을 읊조릴 뿐이었다.

손에서 좀처럼 휴대전화를 놓지 않던 A씨는 마치 어딘가에 홀린 듯한 모습이었다.

10일 강원특별자치도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9일 오후 2시께 횡성군 횡성읍 곡교리에서 A씨는 자신을 검찰이라고 속인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범죄에 연루됐으니 혐의를 벗으려면 돈을 전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사기범은 A씨에게 메신저로 원격 조정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링크를 보내며 "수사에 협조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순간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면서도, '정말 범죄에 연루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앱을 내려받고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와 통장에 있던 400만원을 모두 이들에게 넘겼다.

A씨는 뒤늦게 공공기관을 사칭해 돈을 가로채는 전화금융사기 피해가 의심돼 경찰에 "통장 자금을 모두 이체했다"고 신고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범죄 연루 사실에 반신반의하며 사기범들이 요구하는 수천만원을 대출하려고 하는 등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A씨 신고를 받은 횡성지구대 소속 임용선(41) 경위 등은 신속히 그를 찾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곧장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정작 신고한 A씨가 내내 통화 중인 탓에 임 경위 등은 그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기지국 위치값까지 조회해가며 주변을 샅샅이 찾았지만, 반경이 넓어 A씨가 있는 곳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다.

임 경위가 도로변 식당 등에 들어가 A씨로 보이는 인물을 찾아 나선 지 10여분이 지났을 무렵 한 봉고차 안에서 통화하는 듯한 사람이 이들의 눈에 띄었다.

검찰 사칭에 홀린 듯 "대출해달라"…순식간에 통장 잔액 '0원'
이에 이들은 봉고차에서 내린 운전자에게 다가갔고, 그가 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운전자가 A씨였음을 느낀 임 경위는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며 전화를 끊으라고 했지만, A씨는 "은행이라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미 통장 전액을 송금한 데 이어 은행에서 1천만원을 대출받아 이들에게 넘기려는 A씨를 보며 임 경위는 결국 그의 손에 든 휴대전화를 빼앗아 전화를 끊고 대출을 중지시켰다.

이후 은행으로 향해 유출된 계좌의 이체내용을 확인해 지급 정지 조치하고, 통신사에서 A씨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제거될 수 있도록 초기화 작업 등을 안내했다.

다행히 임 경위 등 경찰의 신속한 판단과 은행 직원들의 협조로 A씨는 고액 편취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게 연락한 전화금융사기범을 추적할 단서나 실마리가 부족해 찾을 길이 없다"며 "이미 경찰 수사망을 피한 상태"라고 말했다.

임 경위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며 "보이스피싱은 피해 복구보단 예방이 중요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인터넷 주소가 포함된 '미끼 문자'는 절대 확인하지 말고, 피해자가 걸고 받는 모든 전화를 전화금융사기 일당이 가로채는 '악성 앱'을 주의하라고 설명했다.

구속 수사 등을 언급하며 수사에 협조하라고 압박하거나, 보안 유지를 들먹이며 주변에 얘기하지 말라고 종용하면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크므로 경계하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