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갈등이 급증하면서 일률적인 장애인 주차장 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시설물의 부설주차장 주차대수 중 3~4% 범위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하는 비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서울시는 노외주차장의 주차대수가 50대가 넘으면 무조건 주차대수의 3% 이상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2005년 7월께 제정된 주차장법 시행령은 관련한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지난 17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문제는 골프장 등 장애인이 자주 이용하지 않는 체육시설에도 장애인이 많이 찾는 백화점, 극장과 동일한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행 주차장법이 업종에 구분 없이 장애인 주차 공간 확보를 강제로 적용하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적 의무 비율에 기계적으로 꿰맞추다 보니 체육시설 등에서도 상당한 주차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골프장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장애인이 골프를 치러 온 적이 한 번도 없지만,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수십 곳을 전용 주차구역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요즘 같은 때는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1인당 보유한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주차 갈등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550만3078대다. 2010년(1794만1356대)과 비교하면 자동차는 약 700만 대(29.6%) 증가했다.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적발 건수도 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36만4931건이던 위반 건수는 작년 39만2923건으로 7.6% 증가했다.

장애인 주차장 규정을 시설별로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애인 주차장 법 자체가 지자체 조례만 수정해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자체 차원에서 주차 민원이 많은 시설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주차장 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각, 청각 등 장애 유형이 다양한 만큼 섣불리 주차 공간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이형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상임대표는 “장애가 눈에 띄는 거동불편 장애인만 있는 게 아니다”며 “운동시설 등의 주차 공간 축소가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