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입시 전문가 "취업 경쟁력 없는 언론학·철학 선택말라" 논란
중국도 의대 선호…취업난 속 인문사회학은 계속 찬바람
중국 대학 입시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대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인문사회 계열 학과의 인기는 계속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명보는 9일 여러 데이터를 인용, 지난달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 결과가 발표되면서 수천만 수험생이 지원 학과를 확정한 가운데 임상의학과 컴퓨터 관련 전공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인문사회 계열에는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대학 입시 정보 서비스 앱 '쿼크'가 공개한 '2023 가오카오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컴퓨터 과학, 법률, 임상의학 등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3개 전공이 이번 입시에서도 톱3를 차지했다.

또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AI 관련 전공이 늘어났다.

현재 중국 495개 대학에서 AI 학과를 개설 중이다.

중국 검색 엔진 바이두의 '2023 가오카오 빅데이터'에서는 임상의학에 대한 검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교육, 경제, 컴퓨터 과학, 간호가 뒤를 이었다.

검색 관심도가 가장 빠르게 상승한 전공은 항공우주로 나타났다.

명보는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신규 병원들이 생겨나면서 의사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최근 몇년간 중국 당국이 '기술 혁신'을 강조하면서 과학 분야에 관심이 집중된 반면, 인문사회 계열 졸업생은 점점 찬밥 신세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만명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입시 전문가 장쉐펑이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선택하라고 한 제안이 논란을 일으켰다.

장쉐펑은 인터넷 생방송에서 한 수험생 부모와 상담 도중 성적이 좋은 아이가 언론학 전공을 선택하려 한다는 얘기에 "아이가 언론학을 선택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격하게 반응했다.

그는 특히 가족 중 첫번째 대학생으로서 졸업하자마자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있을 수험생들을 향해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언론학과 철학, 역사학은 피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언론학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중국 매체에서도 장쉐펑의 발언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장쉐펑이 대학을 오로지 실용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으며, 청년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무시한 채 월급 많은 직업을 얻을 수 없는 전공은 피하라는 단순한 논리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속 취업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론은 장쉐펑에게 기울었다고 명보는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여론 조사에서 장쉐펑은 3만9천명의 지지를 얻은 반면, 언론학 교수의 반박은 2천명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장쉐펑을 지지한 한 누리꾼은 "수천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대학 입시를 통해 인생을 바꾸고 싶어하고 있고, 장쉐펑은 그런 평범한 가족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장쉐펑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고 썼다.

중국은 지난 5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인 20.8%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가오카오에 응시한 수험생은 사상 최다인 1천291만명이다.

이들은 4년 후 취업 시장에 가세할 잠재적 인원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높은 실업률과 경제 성장 둔화 속 대학 신입생들이 취업에 대한 압박을 최소 4년 먼저 느끼고 있다"며 "장쉐펑의 발언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중국의 경제·사회적 변화를 따라 개인의 목표를 실현하려는 젊은이들의 분투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대학 입시 상담 시장이 9억5천만위안(약 1천700억원) 규모로 성장한 상황에서 많은 수험생과 그의 가족이 장쉐펑의 무료 상담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명보는 "중국 본토에서 대학입시 응시생과 대졸자 수가 향후 몇년간 계속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취업이라는 화두 역시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