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공동구매 등 창의적 방법으로 '팬심' 표출"
중국의 K팝 팬들이 당국의 한한령을 피하는 법
중국의 K팝 팬들이 한국과 중국 간 균열이 확대되는 와중에도 사실상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헤쳐 나가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SCMP는 2017년 주한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K팝 스타의 중국 TV 출연 금지 등을 포함한 한한령이 시작됐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이 없다고 짚었다.

이어 2년 전 한한령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 이래 K팝 팬들은 창의적 방법으로 '팬심'을 표출해왔고, K팝 스타들이 중국 사회에서 좋은 이미지를 얻도록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 속에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와 에프엑스 출신 엠버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고, 지난해 8월 사드 기지 정상화로 한중 관계가 저점을 찍었을 때도 중국 팬들은 활동을 이어가는 데 별 어려움을 겪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10여년 전부터 열광적인 K팝 팬인 신장위구르자치구 주민 차오루이양(23) 씨는 팬덤 문화에 대한 제한이 강화된 지난 몇년간 팬클럽들이 K팝 스타의 앨범과 상품 구매에서 회원들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SCMP에 "K팝 아이돌이 대규모 팬을 거느리고 있으면 그들의 팬클럽은 해외에서 아이돌의 앨범을 대량으로 구매해 중국으로 들여오는 공동 구매를 추진한다"며 "불편할지라도 어떤 상황에서든 앨범을 구매할 방법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식 온라인매장들도 중국 팬들 대상 영업을 재개했고 일부는 중국 결제 앱을 통한 결제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오씨는 2017년 롯데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불매운동 등을 통해 한중 관계 악화를 경험했지만, K팝 팬들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한류가 금지됐을 때조차 모두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텐츠에 접근하고 즐길 방법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한한령으로 인한) 유일한 차이는 한국 스타들이 더 이상 중국 공식 방송에 등장할 수 없었다는 것인데 사실 요즘 TV를 보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그건 별 효과가 없었고 팬들은 여전히 매우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팝 스타에 대한 팬들의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류 스타나 콘텐츠의 반중 정서 표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중국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나 사건에 연루될 경우 팬들은 그들에게 지갑을 여는 것을 중단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자신과 친구들은 갖고 있는 아이돌 관련 상품을 팔아버리고 다른 스타들을 추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최근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서 한 노숙자 캐릭터가 낡아빠지고 더러운 베이징올림픽 재킷을 입고 나온 것을 두고 중국을 의도적으로 가격한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SCMP는 전했다.

반대로 K팝 스타가 중국에 긍정적인 발언을 할 경우 팬들은 한중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해당 아이돌에 대한 지지 전략의 일환으로 이를 널리 칭찬하고 있다고 에그릿 루루 저우 홍콩교육대 부교수는 밝혔다.

그는 한한령 속에서 비교적 주목받지 않으려 저자세를 취해온 중국 본토 K팝 팬들이 K팝 스타가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표할 경우 이를 의도적으로 부각하곤 한다고 SCMP에 말했다.

이어 제시카가 '음력 설'(Lunar New Year)을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라 칭한 것을 그의 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한 것이 그 한 예리고 설명했다.

저우 교수는 한한령 이후 K팝 팬들의 활동이 더욱 절묘해졌다면서, 중국 정부가 한국 스타들의 현지 노출을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K팝 추종자들은 소비 선택에서 비교적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팬인 선전 주민 그레이스 웡(18) 씨는 한중 관계의 변화가 자신의 대중문화 소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아이돌의 정치적 견해가 그들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아이돌의 상품을 구매할 때 나는 그들의 정치적 견해를 그 상품의 일부라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