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등 양서 '다채'…안방서 즐기는 책 읽기 피서 여행서 들고 현지 속으로…CEO 추천서도 읽어볼까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걸 보니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속에서, 시원한 해변에서, 책을 들고 있는 상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주말이다.
고물가 속에, 집에서 책을 읽으며 피서하는 것도 경제적인 방법. 바쁜 일상을 핑계로 사두었으나 읽지 않은 책을 읽거나, 두툼하지만 마음에 양식을 주는 '양서'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책에 나온 빙하와 만년설로 바다와 산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가실지도 모른다.
CEO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으며 심기일전해보는 것도 휴가를 보내는 또 다른 방법이다.
◇ 몸보신하는 '보양서' 같은 책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을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로 분류했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레네 바예호가 쓴 '갈대 속의 영원'은 그런 책 이야기를 담은 인문서다.
2천여년 전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던 대도서관과 그곳에 책을 채우려는 책 사냥꾼의 모험을 그렸다.
책에 대한 갈망과 애정이 도드라진 인문서로,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쉽게 빠져들 만한 작품이다.
바예호가 선사하는 이야기에 너무 빠져들었다면 조너선 갓셜의 '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 픽투스의 모험'을 읽으며 균형을 잡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은 지나치게 이야기에 빠져들지는 말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문명의 병폐를 부추기는 요인의 이면에는 언제나 마음을 미혹하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넷플릭스나 왓챠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마니아들이 읽어도 흥미로울 만한 책이다.
묵직한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헬레나 로젠블랫의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나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자유주의와 그 불만'에 도전해 볼 만하다.
개념 정리가 쉽지 않은 자유주의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자유주의라는 단어가 흘러온 역사적 자취를 살핀 책들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다면 크리스토퍼 레너드가 쓴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과 연준 의장을 지낸 폴 볼커의 회고록 '미스터 체어맨'을 보면 된다.
연준의 의사결정 방식부터 위기 대처 수단, 작동 원리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이 밖에도 현대 환경문제를 집대성한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 책', 철새의 놀라운 지구 여행기를 그린 스콧 와이덴솔의 '날개 위의 세계', 자연의 경이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담은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 자폐와 ADHD라는 난관을 극복하고 괄목할만한 과학자로 성장한 카밀라 팡의 이야기를 담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도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다.
◇ 빙하와 만년설을 상상하기…여행서 들고 현지 속으로 시원한 이미지를 상상해보는 것도 더위를 잊는 데 도움이 된다.
'산에 오르는 마음'은 "책을 읽으며 나는 '내 몸'에서 스르르 빠져나와 히말라야 기슭에 다다른 듯했다"는 저자 로버트 맥팔레인의 말처럼, 만년설의 풍경과 아름다움을 담은 인문서다.
산의 빛, 대기, 얼음, 눈, 빙하, 바위, 암벽 등 지질학·기상학적 특징을 과학적이고 문학적이며 철학적으로 탐구한 격조 있는 작품이다.
'빙하여 안녕'은 평생 빙하를 탐구한 학자가 빙하에 바치는 한편의 러브스토리 같은 책이다.
거대한 얼음 강과 산을 탐험하며 얼음 냄새를 맡는 저자의 모습이 청량감을 자아낸다.
저자가 북극곰을 만났을 때는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킨다.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 빙하구혈(녹은 물로 인해 빙하에 수직으로 난 원통형 구멍)에 대한 상세한 묘사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계 최초로 인공 눈을 만든 나카야 우키치로의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는 가볍게 읽을 만한 에세이다.
홋카이도의 설국과 영하 20도 이하로 유지되는 실험실에서 꽁꽁 언 몸으로 연구하는 저자와 저자 동료들의 모습을 읽으면서 냉기가 느껴질지도 모른다.
올 상반기 여행지 중 가장 '핫'한 지역이었던 유럽에 가려는 독자들이라면 '부다페스트 1900년'을 가져가도 좋다.
20세기 초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정경을 그린 역사책인데, 일반 여행서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헝가리와 유럽 문화를 소개한다.
책에는 거리 풍경, 음식 냄새, 유럽의 음악이 살아서 꿈틀댄다.
오래전에 출간된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과 같은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으며 실망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여행을 가는 지역을 소개하는 여행서를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인터파크의 상반기 여행 부문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프렌즈 이탈리아' '프렌즈 스페인 포르투갈' '프렌즈 동유럽' '리얼 오사카' '스위스 셀프트래블' 순으로 많이 팔렸다.
◇ CEO들이 읽는 책, 베스트셀러에 도전하기 휴가를 재충전의 기회로 삼으며 내공을 키워보려는 욕심을 지닌 독자들도 있다.
그럴 때 CEO들이 추천하는 책은 안성맞춤. 삼성경제연구소가 CEO 대상 지식·정보 서비스인 'SERICEO'를 통해 최근 발표한 'CEO가 휴가 때 읽어야 할 책'이 길잡이가 될 수 있다.
CEO 회원 241명과 SERICEO 콘텐츠 제작에 함께한 전문가 35명이 설문에 참여해 모두 14권을 선정했다.
반도체 전쟁의 역사와 산업 전망을 제시한 크리스 밀러의 '칩워', 미국 주도 세계화의 종말을 선언한 피터 자이한의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닥터 둠'으로 유명한 누비엘 루비니가 세계에 드리운 10가지 위험 요소를 꼽은 '초거대 위협'과 같은 묵직한 경제 전망서뿐 아니라 김훈의 소설 '하얼빈', 요한 하리의 인문서 '도둑맞은 집중력'까지 다양하다.
트렌디한 독자라면 베스트셀러가 제격이다.
상반기 서점가에서 왕좌를 차지한 '세이노의 가르침'을 포함해 게리 켈러의 '원씽', '김미경의 마흔 수업'과 같은 자기계발서, '불편한 편의점' '스즈메의 문단속'과 같은 소설 등 다양한 책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 SERICEO 추천서 목록 ▲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피터 자이한) ▲ 칩워(크리스 밀러) ▲ 이나모리 가즈오의 마지막 수업 ▲ 혁신에 대한 모든 것(매트 리틀리)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AI 이후의 세계(핸리 키신저 등) ▲ 초거대 위협(누비엘 루비니) ▲ 내가 틀릴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 최재천의 공부 ▲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마이클 샌델) ▲ 하얼빈(김훈) ▲ 도둑맞은 집중력(요한 하리) ▲ 협력의 유전자(니컬라 라이하니) ▲ 바다 인류(주경철) ◇ 교보문고 상반기 베스트셀러 목록 ▲ 세이노의 가르침(세이노) ▲ 원씽(게리 켈러) ▲ 김미경의 마흔 수업(김미경) ▲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 스즈메의 문단속(신카이 마코토)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김혜남) ▲ 역행자(자청) ▲ 불편한 편의점2(김호연) ▲ 구의 증명(최진영) ▲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김수현)
도서 <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가 오는 11일 출간된다. 터너부터 모네, 고흐까지 인상파 화가 18인의 삶을 통해 개개인의 예술뿐만 아니라 인상파 역사를 이야기한다. 20일까지 아르떼 사이트에서 신청하면 된다. 10명을 뽑아 도서를 1권씩 증정한다. 당첨자 발표는 21일. arte.co.kr에서 각종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습니다. 꼭 읽어야 할 칼럼● 계단은 어떻게 무대가 되는가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계단은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닌 제시와 셀린이 머물며 관계를 쌓는 무대가 된다. 빈의 거리를 지나가던 두 사람이 계단에 앉아 시간을 보내자 감정을 담는 장소로 변모한다. 이는 계단이 이동이 아닌 머무름의 공간이 될 때, 진정한 만남과 기억의 장소가 됨을 보여준다. - 칼럼니스트 박정민의 ‘열린 공간과 사유들’● 배우 이정은이 추천하는 클래식배우 이정은이 추천하는 클래식은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의 삽입곡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이다. 운명적 사랑과 윤회를 다룬 영화의 감성을 담아내며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인간 본연의 그리움을 자극한다. 쇼스타코비치가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음악으로 담아낸 고독과 불안이 영화와 맞아떨어진다. - 칼럼니스트 고지현의 ‘악보 사이를 걷는 시간’ 꼭 봐야 할 공연·전시● 음악 - 양인모 리사이틀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리사이틀이 오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전원 춤곡’ 등을 선보인다.● 뮤지컬 - 퍼스트 맨‘퍼스트 맨: 카뮈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가 오는 30일까지 서울 링크아트센터 드림4관에서 공연한다. 알베르 카뮈가 남긴
이창동(71·사진)은 군더더기를 덜어낸 리얼리즘 영화를 추구한다. 그는 “세상과 인생에 대해 늘 질문했다”며 소설부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걸작을 남겼다. 최근 ‘아노라’로 미국 아카데미상 5관왕을 차지한 숀 베이커 감독이 “커다란 영감을 준 최고의 감독”으로 꼽은 게 이창동이다.대구에서 태어난 이창동은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소설 <전리>로 1983년 등단해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 소시민의 시각을 담은 작품들은 문단의 호평을 받았다.이창동은 1997년 ‘초록물고기’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어 ‘박하사탕’(2000)을 선보이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2년 개봉한 ‘오아시스’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2003년 문화관광부 장관에 취임하며 관료로 파격 변신하기도 했다. 2007년 전도연과 송강호가 주연한 ‘밀양’으로 복귀했고, ‘시’(2010)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으며 녹슬지 않은 감각을 과시했다. 지난달 단편소설집 영문판이 미국에서 출간되는 등 그의 작품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유승목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심포니 등 5개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을 추진한다. 서울예술단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으로 옮긴 뒤 국립아시아예술단으로 확대·개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문체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화 분야 중장기 비전 ‘문화한국 2035’를 발표했다.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을 위해 국립예술단체와 문화·예술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보내는 게 골자다. 내년 상반기에는 서울예술단을 ACC로 이전시키고, 하반기부터는 5개 국립예술단체를 단계적으로 각 지역에 보낸다는 게 문체부 계획이다.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 주민의 문화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벌써 광주를 비롯한 각 지역에서는 무척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유 장관은 “국립예술단체는 대의적으로 균형 발전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며 “소속 예술가나 직원 입장에서는 불편이 있을 수 있겠지만 1~2년 지나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으로 서울의 문화 인프라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시립 예술단체를 세울 수 있도록 돕고 민간에서도 새로운 단체가 생겨날 수 있게 장려하겠다”고 했다.이 밖에 문체부는 국립민속박물관을 세종시로 이전하고 충북 충주에 국립충주박물관, 대구에 국립근대미술관을 세우는 등 각 지역의 미술관·박물관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방침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영상자료원 등 관련 공공기관도 지방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