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나선 엔트그룹…상장 재추진하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핀테크(FIN-Tech·금융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 업체인 엔트그룹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 주목된다.

엔트그룹은 8일 "자체 자금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겠다"며 "시장 유동성 등을 고려해 매입 주식은 전체 주식의 7.6%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엔트그룹은 "매입 주식은 우수 인재 영입 등을 위해 사용하는 '인센티브 풀'에 들어가 관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주주인 항저우쥔한은 주식 매입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엔트그룹의 장기적인 발전에 대한 약속이자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엔트그룹이 추산한 매입 지분의 평가액은 5천671억위안(약 102조원)으로, 2018년 평가 당시보다 40% 할인된 가격이다.

이와 관련 엔트그룹은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가치 평가가 떨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전날 인민은행 등 중국 금융 당국은 인민은행법, 자금세탁방지법 등을 위반했다며 엔트그룹과 산하 기업에 71억2천300만위안(약 1조2천8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상장을 강행한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에 징벌적으로 부과된 80억2천600만 위안(약 1조4천500억원)에 이어 중국 인터넷 기업에 부과된 두 번째로 큰 거액의 벌금이다.

엔트그룹은 즉각 "처벌을 달게 받고, 단호하게 따를 것"이라며 "초심을 유지하며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실물 경제에 더 좋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거액의 벌금 부과로 당국의 엔트그룹 때리기가 일단락됐으며 엔트그룹 상장 재추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트그룹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도 기업 공개 재추진에 앞서 우수 인력을 확보, 회사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조처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2020년 10월 금융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 뒤 빅테크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통해 '군기잡기'에 나섰다.

엔트그룹의 상장이 전격 중단됐고, 마윈은 공개 석상에서 사라진 뒤 1년여간 해외를 떠돌다 지난 3월 귀국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통제로 침체한 경제 회복을 위해 작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민영 경제 활성화 및 플랫폼 기업 장려를 약속하며 2년여에 걸친 빅테크 규제를 철회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