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공소시효 만료 1달 전 체포…"숨져서 묻었다" 주장
[르포] 아기인형 들고 암매장 현장검증…결국 유골 발견(종합)
6일 경기 김포시 대곶면 한 공업지대 텃밭.
태어난 지 하루 된 딸을 암매장한 40대 친모 A씨가 경찰의 현장 검증에 참여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A씨는 2016년 8월 7일 인천 모 병원에서 딸 B양을 출산했지만, 다음 날 숨지자 장례 절차 없이 이곳에 딸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수갑을 찬 두 손을 헝겊으로 가리고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현장에 나타났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폴리스라인을 지나 텃밭으로 들어갔다.

A씨는 한손에 잡히는 조그마한 아기 인형을 들고 시신 매장 당시 상황을 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검증과 수색 작업에는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와 과학수사대·기동대 인력 40여명이 투입됐다.

장갑을 낀 기동대원들이 삽을 챙겨 차례로 텃밭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본격적인 수색 작업이 이뤄진 끝에 이날 오후 3시 50분께 A씨가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B양의 유골이 발견됐다.

A씨가 딸을 묻었다고 진술한 텃밭은 그의 모친이 소유한 땅으로 파악됐다.

A씨는 딸을 낳았을 때 남편과 별거 중인 상태였으며 이후 이혼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암매장 장소로 지목한 텃밭 일대를 수색해 유골을 찾았다"며 "일부 뼈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르포] 아기인형 들고 암매장 현장검증…결국 유골 발견(종합)
유골이 발견된 텃밭은 공장들 사이에 난 작은 골목을 따라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인적이 드문 모습이었다.

공장 직원과 주민들은 길가에 주차된 경찰차와 취재 차량을 보고 "무슨 사고라도 났냐"며 우려 섞인 눈길을 보냈다.

한 공장 직원은 "외부에서 보면 텃밭이 있는지 알아보기 어렵다"며 "바깥에 개 1마리가 묶여 있어 사람이 살고 있을 거라고 짐작만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공소시효 만료를 약 한 달 앞두고 체포됐다.

사체유기죄 공소시효는 7년이어서 A씨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2023년 8월 7일이었다.

앞서 경찰은 인천시 미추홀구로부터 출산 기록만 있고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아동 관련 자료를 전달받아 조사한 끝에 전날 오후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숨져 그냥 (장례 없이) 땅에 묻으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출산 전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전 남편 등을 상대로 B양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관련 혐의점이 나오면 A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인천에서는 전날까지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소재 확인을 요청한 출생 미신고 아동 수가 모두 60명으로 늘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는 5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664건이 접수돼 598건(사망 10건, 소재 확인 48건, 소재 불명 540건)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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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